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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서 지난해 9월에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행사에 중국 자동차 업체 BYD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중국간 통상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전기차입니다.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세는 7.5%에서 25%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 수출도 차단하겠다고 했죠. 관세 인상 이유에 대해선 중국의 ‘불공정무역’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죠.

일단 이날 관세 인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는 물론 테슬라의 주가도 반등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전망은 복잡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물론, 당장 중국의 반격 여부에 따라 2차전지 및 전기차 기업의 주가 흐름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대중 ‘포용 정책’···자유무역 힘입어 호랑이가 돼 돌아온 중국

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관세를 높일까요?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시장을 중국이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우선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이 반도체는 물론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적인 위치에 올라가도록 한 계기를 제공한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점입니다. 전기차에 대해 논하기 전 먼저 미국의 대중 외교 정책을 살펴보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전까지 미국의 대중 외교 핵심은 ‘포용(Engagement)’ 정책이었습니다. 2000년 9월 미국 상원은 중국에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하는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이 낮은 관세로 미국시장에 접근할수 있도록 영구적으로 최혜국 대우를 해준 것이죠. 이듬해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킵니다. 중국을 세계 경제에 포용시키면 경제 성장을 발판삼아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된 한국처럼, 중국도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략이었습니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태평양에서의 자유 무역도 가능해지니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 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체제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 공산당의 통제는 더 강력해지고 억압적인 모습으로 변했다는 점이죠. 공산당은 국가 중심의 경제체제를 완성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자본을 빨아들였습니다. 또 외국 기업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고 기술 탈취 등 부정행위가 뒤따랐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되니, 미국 입장에선 국익에 완전히 역행하는 꼴이 되버린 겁니다.

결국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대중 견제 정책으로 선회했습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 조처가 대표적 사례죠. 여기에 중국이 저가 전기차를 바탕으로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까지 위협하다보니 이번엔 대대적인 관세 인상 정책을 발표한 것이죠.

중국의 전기차는 왜 미국과 선진국에 위협이 될까?



이렇게 중국 정부가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은 전기차를 포함한 신산업 육성에 사용됐습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힘입어 기술발전을 거듭한 BYD(비야디) 등 전기차 업체들은 고품질의 초저가 전기차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인구 규모에 걸맞는 중국의 엄청난 내수 시장은 급성장의 발판이 됐죠. 다음 스텝은 수출을 통해 저가 전기차를 널리 퍼트려 전기차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겁니다.

전기차 시장이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것은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싼 가격의 영향이 컸는데, 싸게는 1000만원 대에 불과한 중국 전기차는 대중화를 통해 전기차 시장 전반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이렇게 되면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의 경쟁력 악화는 불보듯 뻔합니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다면 제조업의 기반도 위태로워질 수 있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보조금을 통해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할 뿐더러, 덤핑(채산성을 무시하고 싼 가격에 수출하는 행위)을 하고 있다며 관세를 인상한 것입니다.

표면적 이유 뒤에는 공급망 확충 전까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제조업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 흑연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IRA 등을 통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형성하거나 한국, 일본처럼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을 모아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려고 하고 있죠. 이러한 공급망 재편이 완료돼 안정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기 전까진 우선 중국을 막고 의존도를 낮춰보겠다는 것이죠.

앞으로 2차전지 주의 향방은?



우선 국내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경우에도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 대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중저가 전기차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LFP 배터리는 CATL 등 중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죠. 니켈·코발트·망간을 혼합한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인 국내 업체의 경우 빨라야 내년말 LFP 배터리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산 시점까지는 시차가 있는 만큼,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릴 기회인 것이죠.



물론 변수는 많습니다. 당장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이 어떤 보복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습니다.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또 전기차 산업에 대해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IRA 폐기·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은 2차전지 주의 상승 모멘텀은 대선리스크가 해소된 4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전기차로의 전환은 필연적일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자율주행 등 자동차가 하나의 전자기기가 되어가는 요즘, 전력 확보를 위해선 동력도 내연기관에서 전기(배터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해도 IRA 폐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기차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 대중화의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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