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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다섯번째 벽’
네이버웹툰 <다섯번째 벽>. 네이버웹툰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영화 <트루먼 쇼>는 평생 살아온 인생이 사실 세트장 안에서 생중계되는 리얼리티 쇼였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 트루먼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가짜이고, 내 선택과 의지로 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거대한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면 얼마나 소름 돋고 허무한 일일까요. 영화는 트루먼이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점심, 저녁, 밤 보내세요!” 라는 대사를 남기고 세트장을 떠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세트장 밖으로 나온 트루먼에게 펼쳐진 세상은 과연 진짜였을까요?

스무 편이 넘는 만화 내내 등장인물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화가 아니라는 걸 증명’ 하는 문제로 논쟁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김승원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다섯번째 벽> 입니다.

<다섯번째 벽> 스틸 컷. 네이버 웹툰


심리상담사가 꿈인 중학생 현정은 어느 날 선생님에게 뜻밖의 부탁을 받습니다. 선생님은 같은 반 친구인 정현이 진로희망원에 ‘안락사’라고 적은 것을 보여주며, 평소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현정이 혹시 정현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죠.

정현을 찾아간 현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습니다. 정현은 현정에게 “이 세상은 만화야” 라고 말합니다. 현정도, 정현도, 이 교실도, 책상도, 전부 가짜이고 그냥 그림이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만화도 보여줍니다. 자기가 만화 주인공이라는 망상에 빠져있는 J, 그런 J의 망상을 깨고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려는 H가 주인공입니다. 정현은 J와 H가 이 세상이 만화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만화의 핵심 내용이며, 만약 H가 ‘이 세상은 만화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J는 자살하는 것으로 만화가 끝난다고 합니다. 허구라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섯번째 벽> 스틸 컷. 네이버 웹툰


<다섯번째 벽> 내용의 상당 부분은 J와 H의 논쟁입니다. 명제의 대우와 삼단 논법, 순환 논법 악마의 증명 등 온갖 용어들이 등장하죠. ‘메타 픽션(Metafiction)’ 기법이 들어간 만화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그 세계가 픽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도 공개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죠.

만화는 메타 픽션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러 겹의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기도 합니다. 액자 안에 액자가, 그 안에 또 액자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현정이 ‘이 세상은 만화가 아니다’라는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보고 있는데, 그런 현정을 그리는 만화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만화가의 담당 PD가 또 현정입니다. 이쯤 되면 무엇이 액자이고 무엇이 액자 속 액자인지 헷갈립니다. 만화를 끝까지 봐도 그 모든 액자를 그리는 최종적인 ‘진짜 현재’ 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다섯번째 벽> 스틸 컷. 네이버웹툰


작가는 혼란을 주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습니다. 만화의 순서부터 그렇습니다. 1화 다음에는 당연히 2화, 3화가 나와야 하지만, 이 만화는 1화 다음 편이 11화입니다. ‘1화-11화-2화-12화…’ 이런 식으로 이어지죠. 재미있는 것은 만화는 1화 다음에 2화를 봐도, 11화를 봐도 무리 없이 내용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보다보면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 라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복잡하지만 독특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웹툰입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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