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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 “제작 착오, 유족회 사전 협의 없었다”
박금희 열사 소개 영상에 등장한 박현숙 열사의 인물사진. KBS 방송 화면 캡처, 연합뉴스 제공


제44주기 5·18 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 행사에서 여고생 열사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에 다른 인물의 사진이 등장했다. 5·18 기념재단 측은 정부가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행사를 진행한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보훈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열어 당시 숨진 희생자들을 조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박금희 열사를 조명하는 영상에서 박현숙 열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잘못 넣었다.

박금희 열사는 1980년 5월21일 부상자를 위한 헌혈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계엄군의 총격에 숨졌다.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나이였다. 영상에서 박금희 열사가 5·18 이전에 발급받았던 헌혈증서와 함께 얼굴이 등장했는데, 이 사진은 다른 인물인 박현숙 열사였다.

박현숙 열사 역시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격으로 숨졌고,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문제가 행사를 주관하는 보훈부의 일방적인 일 처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5·18이 1997년 이전에 국가기념일이 아닐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국가보훈부와 매년 기념식의 방향과 슬로건, 공연, 연사 등을 재단, 유족회 등과 함께 밤새 협의하고 논의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가 오늘 나타난 것이다”고 말했다. 주관사의 단순 실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와 당사자 단체를 배제한 보훈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보훈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결과 영상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어 유족회를 찾아 사과 했다”고 말했다. 당사자 배제로 인한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영상과 관련해 사전에 5·18 유족회 측과 협의가 없었던 건 맞다”면서도 “재단 측과 협의를 할 이유는 없다”고 답변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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