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면옥 입구에 영업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수정 기자
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 냉면 가게 앞마당에 구불구불한 줄이 이어졌다. 어림잡아 50명이 넘었다. 지난달 2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을지면옥이다. 이 가게는 2년 전 1만3000원이던 물냉면 가격을 1만5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영업시간 30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이복규(73) 씨는 “냉면값이 비싼 감은 있지만 유명하다고 해 가족들과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물냉면 두 그릇과 비빔냉면 한 그릇을 주문해 4만5000원을 지불했다. 곳곳에서는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김준철(54)씨는 “면은 아무래도 오후가 되면 배가 고픈 데 1만5000원이면 비싼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며 자리를 떴다.

더운 여름철 한 끼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냉면 가격은 최근 빠르게 오르며 면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16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23원)에 비해 7% 올랐다.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의 냉면 가격은 조금 더 나간다. 1만4000원(필동면옥)부터 1만5000원(남포면옥·을지면옥·평양면옥), 1만6000원(우래옥·봉피양·을밀대) 선으로 1만5000원이 평균선이다.

17일 서울 중구 남포면옥에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배지민씨 가족이 주문한 냉면과 갈비탕을 기다리고 있다. 이수정 기자
일본에서 업무차 한국을 찾은 직장인 김모(59)씨는 “일본에서 ‘샐러리맨의 점심은 동전 하나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500엔, 최대 1000엔을 넘지 않는다”며 “냉면 한 그릇에 1만5000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초등생 자녀 두 명과 서울 중구 남포면옥을 찾은 배지민(45)씨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 큰맘 먹고 왔는데 냉면 두 그릇과 갈비탕 두 그릇만 시켜도 6만원이라 다른 메뉴는 더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메밀·한우 양지는 하락세인데
오르는 가격과 반대로 냉면 주요 재료인 메밀 가격과 육수를 내는 소고기 가격은 내림세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입산 메밀 1㎏ 중도매인 판매가격(17일 기준)은 358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4550원)에 비해 21% 내려 평년(3630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육수 맛을 내는 한우 양지의 17일 경매 낙찰 가격은 1㎏당 3만899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4만418원)보다 4% 내렸다.

남포면옥의 물냉면에는 메밀면과 한우 고명, 계란 반쪽, 오이 등이 들어간다. 이수정 기자
원재룟값은 하락세인데 냉면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 냉면집에도 사정은 있다. 서울 중구의 유명 냉면 가게 관계자는 “메밀은 일일이 손으로 치대 반죽을 해야 하고 육수도 오랜 시간 끓여내야 하는데 다 사람의 몫”이라며 “직원들 월급도 오르고 공과금도 올랐지만, 올해는 냉면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가게는 지난해 냉면 가격을 1000원 인상했고, 올해는 여름이 지날 때까지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고물가 틈새로 ‘집냉면’ 시장 노리는 식품업계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는 고물가 속 냉면을 찾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냉면 간편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풀무원은 이달 신제품으로 회냉면과 칡냉면 간편식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도 기존 동치미 물냉면의 육수와 면발을 리뉴얼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 간편식 냉면 시장은 3년 전보다 약 16% 커졌다.

GS25가 여름을 맞아 8인분 용량의 '세숫대야물냉면'을 출시했다. 사진 GS25
아예 ‘가성비’를 내세우는 곳도 있다. 8인분짜리 ‘세숫대야물냉면’을 출시한 GS25다. 냉면 사리만 1.2㎏에 육수와 물을 더하면 총 용량이 3.2㎏에 달하는 초대형 냉면이다. 국산 스테인리스 용기를 구성에 포함해 1만7900원에 판매하는데, 사전예약 시 5000원을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이종혁 GS25 즉석식품 MD는 “최근 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성비, 가용비를 중요시하는 고객에게 세숫대야물냉면이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108 '외제차에 골프모임' 가해자, 20년 늦은 '자필 사과' 랭크뉴스 2024.06.20
19107 ‘억대 연봉’ 직장인데...엔비디아 때문에 일자리 잃을 위기 랭크뉴스 2024.06.20
19106 [단독] 김건희에 300만원치 엿…권익위 “직무 관련 없으면 가능” 랭크뉴스 2024.06.20
19105 “68번 초음파보고 암 놓친 한의사 무죄” 판결에…의료계 발칵 랭크뉴스 2024.06.20
19104 기안84의 '형님'·침착맨의 '은인', 현금 보너스 415억 받는다 랭크뉴스 2024.06.20
19103 "제주, 중국 섬 됐다…뒤치다꺼리 바쁜 한국" 대만 언론 경고 랭크뉴스 2024.06.20
19102 하루에 물 1300t 뽑아가는 생수공장…“좀 보소, 사람 사는 집엔 흙탕물뿐” 랭크뉴스 2024.06.20
19101 미국 월마트, 종이가격표 대신 전자가격표 도입한다 랭크뉴스 2024.06.20
19100 에어컨 이렇게 쓰면 전기세 걱정 뚝…한전이 알려준 꿀팁 랭크뉴스 2024.06.20
19099 [마켓뷰] 돌아오는데 2년 5개월 걸렸네... 코스피 2800선 안착 랭크뉴스 2024.06.20
19098 김정은, 버젓이 '벤츠 퍼레이드'… 제재 어떻게 뚫었나 [북러정상회담] 랭크뉴스 2024.06.20
19097 '입국불허' 여파…태국여행업계 "한국, 더이상 최고 인기 아냐" 랭크뉴스 2024.06.20
19096 검찰 "돈봉투 수수 의심 전현직 의원 7명, 한 분도 출석 안 해" 랭크뉴스 2024.06.20
19095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화재…2명 병원 이송 랭크뉴스 2024.06.20
19094 [단독]로켓배송도 ‘짝퉁’으로…알리, 쿠팡 이름 도용해 판다 랭크뉴스 2024.06.20
19093 '아들 쓰러질 땐 암말 않더니'… "12사단 중대장, 구속 위기 몰리자 사죄문자" 랭크뉴스 2024.06.20
19092 바다거북과 돌고래의 짧은 만남…제주 바다거북의 ‘생과 사’ 랭크뉴스 2024.06.20
19091 “중소기업인 척 공항 면세점 장사”…특례 악용한 사업자 ‘벌금형’ 랭크뉴스 2024.06.20
19090 박민 ‘인사 전횡’ 버티는 KBS…법원 “절차적 하자” 판단 묵살 랭크뉴스 2024.06.20
19089 "여의도 동탁 이재명?" 묻자 이준석 웃더니 "진짜 동탁은‥" 랭크뉴스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