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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유족들 “실망” “맹탕” “아쉽다”
유족회장 ‘헌법 전문 수록 요청’에 답변 남겨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기념식에서 광주시의회 5·18 특위 관계자들이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적은 팻말을 펼쳐보이고 있다.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경제만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 5·18유공자와 유족들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지켜본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번 기념식은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헌법 전문은커녕 오월 정신의 미래 세대 계승 등 구체적인 5·18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헌법 전문 수록의 ‘헌’자도 꺼내지 않은 대통령을 보고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며 “우리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모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도 “광주시민 모두 헌법전문 수록을 기대하고 있는데 근처에도 가지 않아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5·18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이지현씨는 “이번 대통령 기념사는 맹탕”이라며 “5·18과 광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기념사를 시작하자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 8명은 ‘5·18 헌법전문수록’이 한 글자씩 써진 손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해당 시의원들을 둘러쌌지만 유공자, 유족의 만류에 시의원들의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다은 시의원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참석한 첫 국가기념식에서 오월정신은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으나 이후 5·18 관련 예산들을 줄줄이 삭감하고 했다”며 “공약을 지키고 광주를 우롱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팻말을 준비했다. 유족과 공로자들이 지켜주셔서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오월단체장의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회장은 “기념식이 끝난 뒤 행사장을 떠나는 윤 대통령에게 오월 정신을 헌법에 수록해달라고 말하니 ‘잘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오늘 기념식 기념사는 실망스러웠지만 윤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말에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끄는 오월 정신’이라고 남겼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기념사에서도 경제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여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고 류동운, 고 박금희 열사의 사연이 무대에 올랐다. 경북 포항 출신인 류 열사는 경기도 한국신학대학교 신학과 2학년을 다니던 중 광주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5·18 소식을 접하고 항쟁에 참여했다. 그는 1980년 5월18일 계엄군에게 연행된 뒤 20일 석방됐지만 25일 선배의 죽음을 목격하고 다시 시위대에 합류, 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계엄군의 총탄에 산화했다. 광주 춘태여상(현 전남여상) 3학년이던 박 열사는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부상자가 늘자 헌혈을 하러 갔다가 계엄군 총에 맞아 희생됐다.

고동의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회원은 “올해 처음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했다. 광주시민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며 “오월 영령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전두환의 호를 딴 합천 일해공원 명칭을 바꾸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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