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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정희원·전현우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남대문로를 남에서 북으로 통과하는 버스 노선 전체의 모식도. 좌측은 광역, 우측은 서울 시내. 김영사 제공


'20.4㎞.'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이 출퇴근을 위해 매일 이동하는 평균 거리다(2023년 6월 통계청 자료). 이동에 평균 83분가량을 들인다. 책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는 꽉 막힌 도로에서 출퇴근 전쟁을 겪으며 거대도시로 향하는 도시인이 83분 동안 경험하는 이동의 전모를 다룬다.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이 국내 교통 문제에 대해 아홉 차례 주고받은 편지와 대담을 엮었다.

교통철학자인 전현우는 대학 시절 하루 3, 4시간가량 인천과 서울을 오가면서부터 교통지옥의 정체를 탐구했고, '가속노화'를 연구하는 정희원은 지옥철을 견디면서 사는 도시인의 삶을 건강과 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교통지옥'에 꽂힌 두 사람은 "왜 우리의 이동은 지옥 같을까"라는 하나의 질문 아래 오늘의 '이동'을 무사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책에 따르면 이동 시간이 길수록 잠이 부족해지고 스트레스는 늘어난다. 차는 정체에 묶이고 몸은 좁은 공간에 묶이는 동안 스트레스는 늘고,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은 줄어드니 만성적인 고통 속에 건강이 악화한다. 미국 코넬대 게리 에번스 교수가 2006년 발표한 연구 논문을 보면, 편도 출근 시간이 1시간인 사람들에 비해 2시간인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주관적 스트레스 정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타액 중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이동 시간은 삶의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삶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더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두 저자의 대화는 이동과 건강 문제에서 출발해 자동차와 철도산업, 걷기, 비행기 여행 등 대중교통과 관련한 삶의 다양한 문제로 확장된다. 이동의 주요 수단인 자동차의 탄소 발자국을 지적하며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시의적절하다.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보행자의 건강을 증진시킨 싱가포르 사례를 통해 건강한 이동 정책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거대도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많은 힌트를 제시한 뒤에 저자들은 말한다. "거대도시 이동은 '굳이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모두가 나누어 받고 있는 일종의 단체 기합'이에요. 정책적 의사결정과 현명한 자원분배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정희연 전현우 지음·김영사 발행·228쪽·1만7,800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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