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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ㅣ하이브-민희진 ‘주주 간 계약’

하이브, 민 대표 지분 5%에 우선매수권·매각 동의권
지분 정리 못하면 창업·취업 제한 ‘경업금지’ 논란거리
2024년 4월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이달 말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지분 80%를 보유한 대주주다. 하이브는 이날 임시 주총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포함한 이사진을 모두 해임할 예정이다. 민 대표는 글로벌 스타로 부상한 뉴진스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뉴진스 맘’으로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하이브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하이브는 앞서 민 대표가 어도어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경찰에 고발해놓은 상황이다. 왜 하이브는 모회사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자회사 대표를 내치려는 걸까. 일각에서는 ‘보상’을 둘러싼 갈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의 근원을 보상의 규모를 둘러싼 마찰로 보는 데는 이견이 많다. 필자 역시 이에는 의구심이 든다.

민 대표 지분 13%는 풋옵션

하이브는 국내외에 11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 음악 전문 연예기획사(레이블)이다. 각자 독립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양성해 데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주회사로서 이런 ‘멀티 레이블’ 체제를 관리하고 운영한다. 사건의 구도는 하이브 대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 간 대립과 갈등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측근들과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행 준비를 해왔다고 본다. 감사 결과 이런 사실들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반면 민 대표는 “하이브가 나를 찍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반발 중이다. 다른 레이블에서 데뷔시킨 걸그룹이 뉴진스를 지나치게 모방해 뉴진스 가치를 훼손한 점,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하이브에 보낸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대중문화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 일부는 더 나아가 젠더 이슈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연예기획사나 대중음악산업에 대한 깊이는 없다. 따라서 범위를 조금 좁혀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해온 ‘주주 간 계약’을 살펴보려고 한다.

주주 간 계약은 일반적으로 회사를 설립할 때 주요 주주들이 체결하는 약정이다. 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의결권 행사, 각자 보유한 주식의 중도 처분 등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담는다. 회사 운영 과정에서 주요 주주에 변동이 발생하였을 때 기존 주주와 새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주주 간 계약은 거의 ‘표준화’되어 있다. 요즘에는 스타트업들도 법률전문가 자문 아래 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조항 해석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최근에는 별로 없다. 그런데 왜 시가총액 8조원이 넘는 연예기획사와 자회사 대표는 주주 간 계약을 두고 다퉈왔던 것일까.

지난해 3월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100% 가운데 18%를 민 대표에게 매각(약 30억원)했다. 이때 양쪽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그 내용을 보면 18% 가운데 13%에는 하이브에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부여됐다. 민 대표가 내년에 풋옵션을 행사하면 하이브는 이 지분을 1천억원대에 매수해줘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5%는 민 대표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기는 한데, 하이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주주 간 계약에는 일반적으로 ‘경업금지’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민 대표가 어도어를 퇴직한 뒤에도 일정 기간(대개 1~2년) 동안은 경쟁회사에 취업하거나 같은 업종의 회사 창업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규정이다. 경업금지는 대체로 회사 주식을 다 처분해야 풀린다. 예컨대 민 대표가 어도어 주식 상당량을 보유한 채로 경쟁업체에 들어가거나 경쟁회사를 만든다면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계약에도 어도어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경업금지가 계속 유효하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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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5%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민 대표 입장에서 보자면, 13%는 풋옵션 행사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5%는 하이브 동의를 받아야 제3자에게 팔 수 있다. 즉 하이브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5%를 계속 갖고 있을 수밖에 없고, 경업금지에 묶인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문제를 알아차린 민 대표는 올해 초 하이브와 계약 수정 협상에 들어갔다. 3월까지 진행된 협상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민 대표가 뉴진스 모방 이슈를 제기하고, 이어 하이브가 감사권을 발동하며 해임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민 대표가 지난 4월 기자회견 당시 ‘노예계약’을 주장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반면 하이브는 회견 뒤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이브는 5% 지분 역시 민 대표 의지에 따라 매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사실일까?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미묘한 구석이 있다. 주주 간 계약 제4조는 주식매각제한 조항이다. 제3자 매각 시 하이브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제6조는 우선매수권 조항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민 대표가 철수에게 5%를 1억원에 팔기로 잠정 계약을 했다. 이때 하이브는 그 조건대로 민 대표로부터 5%를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하이브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하면 민 대표는 철수에게 팔면 된다. 다시 말해 민 대표는 하이브나 철수 어느 한쪽에게는 5% 매각이 가능한 셈이 된다. 하이브는 3월 주주 간 계약 수정 협상 당시 “4조보다 6조가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기 때문에 민 대표가 5% 지분을 정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어느 조항이 우선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이브는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5%에 대해서도 풋옵션을 부여하기로 협상을 하다 중단됐다”고 밝혔다.

보상 갈등을 양쪽 싸움의 주원인으로 보는 사람들은 민 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풋옵션 보상액을 대폭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거론한다. 이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양쪽이 내놓은 입장과 제시하는 근거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필자가 가진 정보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달 말 임시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꽤 오래갈 것이라는 점이다. 케이팝에도, 하이브와 어도어에도, 팬들에게도, 투자자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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