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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더 커스’
<더 커스>. 티빙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한 백인 커플이 카메라 앞에 앉아있습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던 부부가 뉴멕시코의 작은 지역인 에스파뇰라로 오게 된 이유를요. 커플은 말합니다. “에스파뇰라에 마음이 가요. 관심받아 마땅한 지역인데 저희가 보탬이 되어 기뻐요.”

신혼인 휘트니(엠마 스톤)와 애셔(네이선 필더)는 에스파뇰라에서 주택 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에스파뇰라는 범죄율이 높고 원주민을 포함한 유색인종 비율이 높은 곳입니다. 부부는 이곳에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친환경 주택 ‘패시브 하우스’를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리얼리티 TV쇼를 통해 만천하에 알릴 계획이고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독점 제공하는 파라마운트 플러스 오리지널 <더 커스>는 완벽한 ‘선행 커플’ 휘트니와 애셔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커플의 실체가 드러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집요한 카메라의 시선은 환하게 웃는 부부의 시커먼 속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부부는 기후, 인종, 계급, 총기 등 미국 사회의 문제에 관해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속물적입니다. 이 지역에 멋들어진 건물과 가게가 들어오게 해 지역을 띄운 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 이득을 챙길 생각이죠.

그런데 그만 스텝이 꼬이고 맙니다. 가난한 이웃에게 베푸는 척을 하다 그만 한 소녀의 저주를 받게 된 것인데요. 이후 부부의 계획은 하나둘 꼬이기 시작합니다. 두려움이 서서히 덮쳐오자 부부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티빙 제공


대략적인 줄거리를 적었지만 <더 커스> 가 지닌 매력을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시리즈의 진짜 재미는 두 사람의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드러나는 위선의 향연에 있으니까요. 좋은 사람이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두 사람의 행동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마음 편히 보긴 어려운 작품입니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가 원래 그렇지만, 누군가의 위선을 꼬집는다는 것이 통쾌하면서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죠. ‘백인 구세주 콤플렉스’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풍자가 지독하리만치 이어집니다. <더 커스>의 각본과 카메라의 시선은 때론 짓궂은 것을 넘어 ‘못됐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엠마 스톤이 주인공 휘트니 역을 맡았습니다. 지난 3월 <가여운 것들>로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위선의 극치인 인물 휘트니를 연기하는데요. <라라랜드>의 사랑스러운 미아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여운 것들>이나 <더 페이보릿: 여왕의 여자>에서처럼 범상치 않은 인물을 맡았을 때 그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듯합니다. 스톤은 이 시리즈의 총제작자로도 참여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미드소마> 등을 만든 제작사 A24가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언컷잼스>의 사프디 형제 중 베니 사프디가 각본과 연출, 연기까지 맡았습니다. 총 10부작으로 한 편당 40분에서 70분까지 꽤 긴 편입니다.

스포일러를 할 수 없지만 <더 커스>는 기상천외한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최근 본 모든 영화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참신하다고 느껴집니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기발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서두르셔야 합니다. 티빙은 다음달 18일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더 커스> 외에도 <헤일로>, <NCIS> 같은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콘텐츠가 곧 볼 수 없게 되니 한 달 동안 부지런히 보셔야겠습니다.

씽크빅 지수 ★★★★★ 근래 본 중 가장 기발한 엔딩

머리 지끈 지수 ★★★★ 불편함을 즐기는 시청자라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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