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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10년간 재계 순위 19계단↓ …30대 그룹서 밀려나
태양광서 바이오로 대전환, 한미 집안싸움에 원점으로
[비즈니스 포커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말라주 공단에 있는 OCIM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OCI그룹이 지난 5월 2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 출범과 함께 오너 3세인 이우현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신사업 육성과 지배력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주력인 화학·첨단소재 사업의 성장 한계를 느끼고 신사업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불발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미 집안싸움’에 휘말려 경영권 강화 기회도 ‘글로벌 빅파마’의 꿈도 멀어졌다. 경기 변동성에 취약한 태양광 사업과 화학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OCI그룹은 사업구조 변신이 절실하다. 핵심 사업인 태양광 사업에 계속 기대기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제약·바이오 사업은 장기간 지속 투자가 필요해 당장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날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3세 경영 체제 들어 30대 그룹에서도 밀려나며 외형 성장도 멈춰 있다. 올해 공정자산 총액 12조7220억원 규모로 재계 41위다. 지난 1년간 38위에서 41위로 3계단 하락했다. 22위였던 10년 전(12조1310억원)과 비교해보면 자산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고 순위는 20계단 가까이 밀려났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한미 통합 실패 반성…글로벌 빅파마 재도전”


한미그룹 인수에 실패한 이 회장은 5월 14일 서울 중구 OCI빌딩에서 OCI홀딩스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약품그룹 통합 무산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재도전 의지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앞으로도 계속 투자하고 정진해야겠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인수합병(M&A) 기회를 찾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제약사를 대상으로 M&A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미국 기업은 1조원 이상, 동남아 기업은 시총 5억 달러(약 68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과의 통합 결정은 OCI그룹의 제약·바이오산업 진출과 한미그룹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이 회장이 체감한 어려움도 한미와의 동맹을 추진하게 된 계기다.

OCI홀딩스는 2022년 2월 1461억원을 투자해 부광약품의 최대주주(지분 10.9%)로 올라섰다. 부광약품은 이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뒤 창사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한미와의 통합은 이 회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면서 OCI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한미 측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총수지만 낮은 지분율…지배력 강화 과제


이 회장은 OCI그룹 총수지만 숙부들보다 낮은 지분율이 해결 과제로 꼽혀왔다. OCI그룹은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인 고(故) 이수영 OCI그룹 명예회장과 차남 이복영 SGC그룹(옛 삼광글라스) 회장, 3남 이화영 유니드 회장 3형제가 각각 독자 경영해왔다. ‘한 지붕 세 가족’ 경영체제는 3세 경영체제에서도 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2017년 부친 이수영 명예회장의 보유지분(10.92%)을 물려받았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약 1%를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숙부인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에 밀려 3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지분구조상 중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숙부들과 합의가 필요하다.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결정은 두고두고 발목을 붙들고 있다. 숙부들의 동의 여부가 한미그룹과의 통합 추진의 성패를 가를 중대 변수로 떠오르자 이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숙부도 한미와의 통합을 적극 지지했다”고 밝힌 이유다.

숙부들보다 낮은 이 회장의 지분율로 인해 향후 친족 간 갈등이 생길 경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OCI그룹과 형제기업인 SGC에너지가 2021년 OCI를 상대로 미회수 투자금 659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투자금 회수 요청에 대한 법원의 조정이 최근 시작된 가운데 3세 경영인들 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SGC에너지는 이복영 SGC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 이우성 대표 등 특수관계자가 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숙부들보다 회사 지분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드라마처럼 사이 안 좋은 것은 아니고 자주 찾아뵙고 상의도 드리고 있다”며 “두 숙부님이 저를 믿고 지지해주고 있어서 (지분 구조를) 갈등 요인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신사업 성적표는…2년 연속 적자


한미와의 통합 무산으로 부광약품 정상화도 오롯이 OCI그룹의 몫이 됐다. 지분 추가 매입이 시급한 과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OCI홀딩스는 2025년 9월까지 부광약품 지분 19%(약 800억원)를 추가로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OCI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138억원, 단기금융자산은 3881억원으로 지분 추가 매입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회장이 지주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미국과 동남아시아 소재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조(兆) 단위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탄이 부족해질 수 있다.

본업 경쟁력 강화와 화학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계속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력인 태양광 사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OCI는 2005년 전북 군산에 5조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립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20년 국내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인건비, 전력 단가가 저렴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말레이시아로 핵심 거점을 옮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 최대 2조원을 들여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공장에 2027년까지 8500억원을 투자해 OCIM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기존 3만5000톤에서 5만6600톤 규모로 증설하기로 하고 현재 단계적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도 사업회사 OCI를 필두로 반도체, 2차전지 분야로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모듈 생산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의 텍사스 공장 증설 계획은 최근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1기가와트(GW) 규모로 증설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북미 태양광 수요 위축에 따라 시장 회복 추이를 지켜본 뒤 증설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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