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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에 담긴 물. AFP=연합뉴스
" 저는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가능하면 플라스틱 물병을 쓰는 걸 멈추세요. "
하버드 의대 출신 내과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박사는 최근 틱톡에 ‘플라스틱 물병: 건강상의 위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다. 지난 1월에 발표된 해당 연구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생수 제품에서 1ℓ당 평균 24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이 중 90%가 나노플라스틱이었고 나머지는 미세플라스틱이었다.

이렇게 페트병에 담긴 생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가 마시는 생수 속에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있으며, 물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플라스틱 입자들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태독성학자인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와 플라스틱 분석 전문가인 정재학 한국분석과학연구소(KIAST) 소장을 통해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봤다.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는 3가지 이유
페트병에 담긴 물. AFP=연합뉴스
최근 몇 년 동안 발표된 연구를 보면 페트병 생수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입자의 개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9개 국가의 생수 제품 중 93%에서 1ℓ당 평균 1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페트병 생수 1mℓ에 평균 1억 6600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플라스틱 입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까지 검출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1㎛(100만 분의 1m)에서 5㎜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며, 나노플라스틱은 이보다 작은 1㎛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안윤주 교수는 “처음에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큰 10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셌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작은 것을 셀 수 있다 보니 더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뚜껑을 여닫는 과정 ▶물을 여과하는 과정 ▶페트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물속에 유입된다는 것이다. KIAST가 국내 페트병 생수 2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70%에서 5㎛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정재학 소장은 “뚜껑에 플라스틱 이물이 많이 묻어 있는 상태로 생수에 체결이 돼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뚜껑을 딸 때 마찰에 의해서 작은 입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누수·신경독성 유발 “비정상 행동 보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나노플라스틱 이미지를 관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진행된 동물 실험 연구들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유추할 수 있다.

우선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물질로 존재하면서 산화 스트레스와 함께 염증을 유발한다. 또 조직이나 기관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나노플라스틱 섭취한 동물의 장 누수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갔을 때 위·장·간의 표면을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장 누수까지도 연결이 된다”고 했다.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장기뿐 아니라 뇌로 이동해 신경독성을 유발한다.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몸을 돌아서 결국 뇌까지 가다 보니 잠재적인 신경독성을 유발하게 되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다”며 “연구실에서 어류 관찰을 해 봤더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됐을 때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세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을 운송하는 역할도 한다. 각종 오염물질이 미세플라스틱의 표면에 흡착해 체내로 함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날 페트병 생수 마시지 말아야”
플라스틱이 쌓인 수도꼭지를 묘사한 소품이 전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페트병 생수뿐 아니라 주방이나 냉장고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세라믹·유리 재질로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더운 날에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세티 박사는 “열로 인해 플라스틱 물병 안에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며 “뜨거운 야외에서 물을 마실 때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용기를 사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더위 속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돗물에 정수기를 설치해서 마실 수도 있지만, 관리가 중요하다. 정 소장은 “정수기 필터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돼있기 때문에 적정기간 이상 사용하게 되면 필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질 수 있다”며“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고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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