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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혼인 건수, 10년 전보다 41% 감소…매장 곳곳 '임대' 딱지에 분위기 썰렁
인구유출의 70%가 청년, 앞날도 캄캄…"지방소멸과 연계된 문제, 중장기 대책 세워야"


광주 웨딩의 거리
[촬영 천정인]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천정인 기자 = "결혼할 사람은커녕 젊은 사람들 보기도 힘들어요."

지난 14일 오후 광주 동구 웨딩의 거리는 지나다니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혼인이 몰리는 '계절의 여왕' 5월의 한가운데라기에는 낯선 풍경이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걸친 마네킹은 여전히 쇼윈도 안을 지키고 있지만, 손님을 응대하는 매장은 거의 없었다.

운영난에 영업을 접은 듯 큼지막한 '임대' 표지를 내붙인 매장들은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광주 최고 번화가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인 충장로와 금남로 등 인접 구도심의 쇠락에 결혼이 급격히 줄어든 세태까지 겹친 탓이다.

이곳에서 드레스매장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결혼하려는 사람은커녕 젊은이들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주변 번화가에서 늦은 밤까지 시끌벅적했던 옛 모습을 더는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임대'
[촬영 천정인]


이 거리는 결혼 준비 핵심인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물론 여행, 예물, 한복 등 전문 매장이 밀집해 광주 예비부부들에게는 필수 코스였다.

지금은 다른 업종 매장들이 하나둘 그 자리를 채워가기도 하지만, 빠지는 속도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웨딩 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기도 벅찰 만큼 사양길로 접어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업주들은 하소연한다.

결혼을 꺼리는 풍토가 확산하는 사이 웨딩 포토 등 절차를 생략하거나 초청하는 지인 수를 줄이는 등 결혼식을 간소화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 자리를 잡더라도 결혼식은 부모가 있는 지방에서 치렀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당사자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예식을 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웨딩 플래너 B씨는 "'5월의 신부'에 대한 로망도 옛말"이라며 "기후 변화로 날씨가 더워진 영향인지 최근에는 가을·겨울 예식이 많고 봄에는 3∼4월이 지나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B씨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해도 체감상 예식이 20%는 감소한 것 같다"며 "대형 업체 정도나 버티지 더는 신생 업체가 나타나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웨딩홀에서는 '스드메 토탈 계약'을 하지 않으면 황금 시간을 내주지 않기도 해 이곳 중소 매장들은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드레스 매장 업주 A씨는 "호황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임대료를 내려고 '투잡'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올해를 넘기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래픽] 혼인건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3일 통계청의 '2023년 12월 인구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잠정치)는 19만3천673건으로 10년 전인 2013년(32만2천807건)보다 40.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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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는 지난해 5천169쌍 부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혼인 건수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1년(4천901건), 2022년(4천902건)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10년 전인 2013년(8천820건)과 비교하면 41.4%나 줄었다.

1천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은 3.6 건으로 전국 평균(3.8 건)에도 못 미쳤다.

청년들이 지방을 앞다퉈 떠나니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주의 최근 3년간 유출 인구 현황은 청년(19∼39세) 인구 이탈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한다.

2021년 순유출 인구 5천883명 중 2천537명(43.1%)이었던 청년 비중은 2022년 7천642명 중 4천279명(56%), 지난해 9천17명 중 6천387명(70.8%)으로 늘었다.

인구 유출도 많아졌지만, 그 가운데 청년 비중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젊은 층 사이에는 '인구 소멸 도시' 전에 '친구 소멸 도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대학 진학 무렵 수도권 등으로 한 무리가 떠나고, 취업 시기 다시 한번 상당수가 타지역으로 향하는 지방 도시 현실을 꼬집는 자조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청년 정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수도권과의 일자리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경례 광주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청년 이탈, 혼인율 감소, 저출생 모두 지방소멸·인구소멸과 연계된 문제인 만큼 지속적,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한계가 뚜렷한 결혼·출산 장려금 등 일회성 현금 지원 정책을 내놓기보다 청년들이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제적으로 훨씬 어려운 시절에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며 "결혼·출생 감소는 일차적으로 일자리·주거 등도 개선해야 하지만, 이에 더해 서로 간의 이성 혐오 현상이 사라지도록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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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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