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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출범 직후 서훈-김영철 라인 가동
김여정 방남, 남북 '번개' 회담 이끌어
하노이 노딜 볼턴·폼페이오 책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사과받아야"
"김정은, 남북연락사무소 복원 제안해"
문재인(오른쪽)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훈-김영철' 정보라인을 중심으로 남북 간 대화를 복원하고, 양측 정상회담까지 은밀히 추진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이른바 코드네임 '문 로드'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퇴임 2주년을 맞아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김영사)에서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펼쳐졌던 외교 비화를 공개했다.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과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회고록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중심으로 한 양측 정보라인 간 소통과 물밑 협상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코드네임 '문 로드,' 남북대화의 창구 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훈 국정원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 국무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공동사진취재단


문 전 대통령은 '서훈-김영철' 소통채널이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을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문 로드' 채널 덕에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복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측은 이 라인을 통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방남 계획도 밝혔다고 한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정보채널을 공식 대화를 위한 보조로 역할을 한정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대북송금 사태처럼 비공식채널에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외교·안보적 파장을 피할 수 없다는 교훈 때문이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직접 38차례나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남북미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갔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문 로드' 채널은 2018년 5월 26일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비핵화 모델'에 북한이 반발, 막말성 담화를 잇따라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한 상황이었다. 이후 5월 25일 오전 김 통전부장이 서 원장에게 긴급히 만나자는 요청을 해왔고, 그날 오후 3시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두 사람은 소위 '번개 만남'을 가졌다. 문 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리려면 시간 여유가 없었다"며 "번개팅처럼 남북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핵화·비핵화·비핵화… 남북대화 속 숨겨진 '카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판문점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 전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지속성을 위해 북측과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상징하는 '도보다리' 대화를 그 예로 꼽았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 대화까지 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듯, 북한도 초기 과정에서는 우리를 메신저로 활용해 자신들의 뜻을 미국에 전하려 했다"며 "(도보다리에선) 김 위원장이 주로 질문하고 내가 조언하는 식으로 대화가 많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도 남북정상 합의문에 없었던 내용이었는데 김 위원장이 제안을 한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회담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이동형 저장장치(USB)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 조건부 폐쇄 조항이 삽입된 배경도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해당 사안은 우리 특사단이 평양회담 준비를 위해 사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이 먼저 밝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영변 핵단지 폐기를 남북 간에 합의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별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노딜, 볼턴·폼페이오 책임… 연락사무소 폭파는 사과받아야"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노 딜(No deal)'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배후로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을 지목했다. 당시 중앙정보부(CIA) 국장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이 하노이 정상회담 전 평양 협상에서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리스트 맞교환'이라는 굴욕적인 제안을 북한에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게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후 북한은 북미 대화가 미지근하자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당시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미국이 제재 해제를 해줄 것'이라는 국정원의 말만 믿고 하노이를 갔던 김 위원장이 체면을 구기게 되자 격분해서 한 조치"라고 전한 바 있다.

"김정은이 남북사무소 복원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연락사무소는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에 폭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탈하게 만드는 극단적 조치"로 "언젠가 반드시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사무소 복원을 제안한 사실도 털어놨다. 2021년 5월쯤 김 위원장이 친서로 "남북연락사무소를 군사분계선 일대에 다시 건설하는 문제를 협의해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핵고도화'에 매달리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결코 북한 인민들이나 그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니다"라며 "남북 모두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멈추고,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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