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논란이 된 ‘아빠 찬스’와 ‘남편 찬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답변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위법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 제출 요구에는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확실한 비전 제시도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녀 오모씨의 부동산 저가 매입과 관련 편법 절세의 부도덕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오씨는 스무 살 때 어머니 소유 경기 성남 건물과 땅을 당시 시세보다 2억 원가량 저렴한 4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매입자금 중 3억 원은 오 후보자가 대줬고 나머지 1억2,000만 원은 오씨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다. 매매거래 직전 세대분리를 통해 취득세도 아꼈고, 세대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로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줬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편법이란 편법은 총동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꾸라지, 법기술자”라고 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로펌에 배우자 김모씨를 전담 운전기사로 채용한 ‘남편 찬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2021년 1월부터 오 후보자가 근무하던 법무법인 금성에서 5년간 실장 직함으로 차량 운전 및 외근 업무를 지원하며 2억8,400여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배우자를 위장 취업시켜 오 후보자 급여 일부를 아내에게 줘 절세를 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왔다. 배우자가 실제 운전기사로 근무했다면 출퇴근기록부, 주유기록 등이 있어야 하지만 증빙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2기 공수처는 3년을 빈손으로 마무리하며 ‘식물 공수처’ 오명을 쓴 1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당장 대통령실 몸통 의혹이 짙어지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이라는 엄중한 책무가 있다. 오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의 말마따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도덕성에 제대로 된 비전 제시도 없는 이가 이런 엄중한 시기에 공수처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734 고등어가 구이가 되고 싶어 태어났다고? 먹히는 게 '꿈'인 동물은 없다 [고은경의 반려배려] 랭크뉴스 2024.06.15
23733 의대 학부모들, 서울의대 교수에 "환자 불편에도 행동할 때" 랭크뉴스 2024.06.15
23732 “이걸요·제가요·왜요”...‘3요 주의보’를 이겨내는 방법[김한솔의 경영전략] 랭크뉴스 2024.06.15
23731 ‘하남 교제살인’ 공론화 나선 친구들 “늘 밝게 웃던 내 친구 앗아가” 랭크뉴스 2024.06.15
23730 트럼프 "중독은 힘들어"… '차남 유죄' 바이든에게 이례적 연민 랭크뉴스 2024.06.15
23729 문제 알려준 시험…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채용 ‘유죄’ 랭크뉴스 2024.06.15
23728 [오늘의 와인] ‘소리를 마셔본 적 있나요’... 잉글리시 호른 음색 담은 바바 코르 데 샤스 가비 랭크뉴스 2024.06.15
23727 택시기사 폭행한 70대, '아버지뻘 가해자 선처해달라' 피해자 용서에 감형 랭크뉴스 2024.06.15
23726 윤 대통령, 제1연평해전 승전일 “평화, 강한 힘으로 지킬수 있어” 랭크뉴스 2024.06.15
23725 온몸에 발진, 뼈까지 아픈 근육통…발리 여행객 덮친 뎅기열 랭크뉴스 2024.06.15
23724 국민의힘 “민주당, 법사위 틀어쥐고 ‘이재명 방탄’ 위해 폭주” 랭크뉴스 2024.06.15
23723 “보잉·에어버스 항공기에 ‘인증서 위조’ 티타늄 써…안전 우려” 랭크뉴스 2024.06.15
23722 [시승기] 더 커지고 날쌔진 3세대 ‘미니’… 7년만에 변신 랭크뉴스 2024.06.15
23721 의대 학부모들 “오늘 환자도 중요하지만…” 교수들 투쟁 촉구 랭크뉴스 2024.06.15
23720 민주당 "검찰, 이재명 죽이려 소설 창작‥'조봉암 조작사건' 될 것" 랭크뉴스 2024.06.15
23719 이재용 똑 닮은 원주씨… 美 NGO 인턴 종료 랭크뉴스 2024.06.15
23718 온몸이 오돌토돌, 근육통까지…발리 여행객 덮친 '공포의 병' 랭크뉴스 2024.06.15
23717 "급발진 의심사고시 당사자 아닌 제조사가 결함 입증"…도현이법 재청원 랭크뉴스 2024.06.15
23716 파도 소리 듣고 싶을 때, 한적해서 머물기 좋은 고성[ESC] 랭크뉴스 2024.06.15
23715 日 유력 언론 “니가타현, 36년 전 ‘조선인 사도 강제노동’ 인정” 랭크뉴스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