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페이로 전환하면 수당 지급" 등 약속
현금화 어려워지자 회사 나가고 잠적
수사받는 중에도 신흥코인 홍보 논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의 한 건물 지하에서 교회 목사 A씨가 신흥 코인을 홍보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경찰이 회원 7만 명을 보유한 페이 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서울 강남의 교회 목사를 입건했다. 해당 목사는 전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신개념 결제수단을 빌미로 피해자들을 꾀어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의심된다. 심지어 그는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가명으로 신흥 가상화폐(코인)를 홍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5일 조이153페이 전 대표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목사인 A씨는 2022년부터 2년간 청담동에 교회와 사무실을 차린 뒤 "투자금을 조이153페이로 전환하면 매일 0.15~0.2%의 수당을 페이로 지급하겠다"고 홍보해 신도 등 7만 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그는 "페이 1개당 실제 돈 100원의 가치가 있어 회원 간 거래에 활용하면 된다"면서 "페이를 다시 현금화하고 싶으면 언제든 돌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주로 중·장년층이 대상인 홍보 강연에서도 "전 세계가 사용하는 새로운 결제수단" "편의점, 대형마트 등과 제휴해 곧 현실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다단계 운영 방식도 끌어들였다. 등급이 높은 회원들에게 더 높은 수당을 챙겨주는 식으로 3,000만 원 이상을 페이로 전환한 1스타부터 15스타까지 올라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스타 등급을 획득한 회원만 200~3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현금화가 막히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페이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자 A씨는 회사를 떠나버렸다. 그는 그간 회원들이 납입한 투자금을 교회 계좌로 받았는데, 지난해 4월 한 달 내역서만 봐도 3억 원이 입금됐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21억 원까지 투자금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런 막대한 투자를 근거로 피해 규모가 많게는 100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A씨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가명으로 새로운 코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서 새로운 코인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이 본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B코인이 6개월 뒤에 상장한다"는 내용의 마케팅 강연을 했다. 강연에 참석한 이모(64)씨는 "샘 올트먼이 만들었다는데 사기일 리 없다"고 확신했다.

A씨는 통화에서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조이153페이는 애초에 물물교환 플랫폼으로 기획됐고 현금화를 약속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중간에 페이를 유사수신 형태로 악용한 사람들 때문에 회사에 문제가 생겼고 잠적한 게 아니라 쫓겨난 것"이라며 "나한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추진하는 코인 사업과 관련해서도 "B코인은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에 시작한 코인으로 '3~6개월 뒤에 상장할 수 있다'는 말이지 '상장한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033 길거리서 어머니 흉기로 찌른 40대 아들 체포 랭크뉴스 2024.05.24
21032 [단독] '한국인 브로커까지' 외국인 불법배달 최대…지난해 적발건수 넘어 랭크뉴스 2024.05.24
21031 “제 아들이 ‘개근거지’라네요”… 친구들 놀림에 눈물 랭크뉴스 2024.05.24
21030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되나?"... 영장판사, 김호중에 강한 질책 랭크뉴스 2024.05.24
21029 ‘40억 전세사기’ 브로커, 징역 9년→3년 6월 감형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24
21028 “너무나 잔혹”…‘아내살해’ 변호사 징역 25년 선고 랭크뉴스 2024.05.24
21027 대통령실 “연금개혁, 거절 표현 쓴 적 없어... 국회 합의가 먼저” 랭크뉴스 2024.05.24
21026 '박근혜 최측근' 정호성 대통령실 합류에 여권서도 '의아' 랭크뉴스 2024.05.24
21025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교육부 VS 의대생’ 갈등 가팔라지나 랭크뉴스 2024.05.24
21024 검찰인사위 개최…‘김건희·김정숙 여사 수사 1·4차장 인선 관심’ 랭크뉴스 2024.05.24
21023 김호중 꾸짖은 판사…"똑같은 사람인데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나" 랭크뉴스 2024.05.24
21022 “채상병 특검법 처리하라”…재표결 앞두고 시민단체·야당 모인다 랭크뉴스 2024.05.24
21021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오늘 확정…27년만의 증원 랭크뉴스 2024.05.24
21020 가방, 인형 넘어 CD플레이어도 준다···'실물앨범 무용론' 돌파구 찾는 엔터업계 랭크뉴스 2024.05.24
21019 당신의 연애, 학교가 도와드립니다 ‘연애의 첫 단추’ 랭크뉴스 2024.05.24
21018 [단독]고금리 허덕이는 중기…저리 지원금 5000억 두달만에 동났다 랭크뉴스 2024.05.24
21017 ‘아내 살해’ 대형 로펌 출신 미국변호사 1심 징역 25년 선고 랭크뉴스 2024.05.24
21016 신뢰 회복 쉽지 않은 카카오…쇄신 고삐 당겼지만 3개월 간 20% 빠진 주가 랭크뉴스 2024.05.24
21015 공무원 동원해 퀴어축제 막은 홍준표…법원, 손해배상하라 랭크뉴스 2024.05.24
21014 변심한 외국인, 삼성전자 1조원 던지고 SK하이닉스 1조원 ‘사자’ 랭크뉴스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