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 석열 정부, 법·정책에서 여성 지우고 있어…”
17일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참가자들이 자신의 구호를 포스트잇 모양의 손팻말에 직접 쓰고, 이것을 모아 대형 글씨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 사회는 아직 여성이라서 많이 죽는다.’

17일 저녁 서울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게시판에 70여장의 포스트잇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 앞엔 하얀 국화꽃 네 다발이 놓였다. 지난 2016년 5월17일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8년이 지나 이곳에 모인 130여명의 시민은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며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34개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의 공동주최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 주관단체인 서울여성회의 박지아 성평등교육센터장은 가슴에 근조리본을 달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근래 강남역에서 죽어간 또 다른 여성의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전한 여성이 교제살인을 당했다.

박 센터장은 “8년 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처럼 번화가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한 폭력도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정과 친밀한 관계, 직장 모든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시민들은 여성 정책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발언에 나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과 성착취, 여성살해가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있던 성평등 정책도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진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가는 여전히 공식 통계조차 내고 있지 않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며 법과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저녁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가윤 기자

130여명의 시민은 ‘강남역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퇴행에 “반격하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8주기 추모행동 성명을 통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는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라며 “여성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맹세가 모여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던 곳이 강남역이다. 우리는 퇴행을 집어삼키는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2016년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러 강남역을 찾았던 직장인 장아무개(37)씨는 “8년이 지나도 여성혐오 범죄가 또다시 일어났다.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추모행동에 참여한 정아무개(31)씨는 “(여성살해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사람들이 무뎌지는 것 같다. 계속 언급을 해야 (문제라는 걸) 기억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이날 추모행동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구호를 포스트잇 모양의 손팻말에 직접 쓰고, 이것을 모아 대형 글씨를 만드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우연히 살아남고 싶지 않다’, ‘여성의 죽음을 방관하지 말자’ 등 손팻말에 적힌 문구가 모여 만든 글자는 ‘반격’이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261 뇌졸중 때문에 치매 걸렸다? 전문의 견해는 [건강 팁] 랭크뉴스 2024.06.29
27260 전국 장맛비…폭우·돌풍 피해 주의 [광장 날씨] 랭크뉴스 2024.06.29
27259 한국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감독, 기이한 영화[허진무의 호달달] 랭크뉴스 2024.06.29
27258 强달러에 맥못추는 亞 통화… 원·엔·위안 ‘추풍낙엽’ 랭크뉴스 2024.06.29
27257 미 대선 토론 “트럼프 승리”…바이든 후보교체론 ‘일축’ 랭크뉴스 2024.06.29
27256 [연금의 고수] 8억 아파트 맡겼더니 月 236만원… 일찍 사망하면 손해? 랭크뉴스 2024.06.29
27255 안성서 버스·화물차 추돌 사고…충남 천안서 잇따라 불 랭크뉴스 2024.06.29
27254 “증권맨 말고 연구소·기업 출신 모십니다” 공개채용 늘리는 VC 랭크뉴스 2024.06.29
27253 “男기자 셋, 단톡방서 女동료 성희롱” 파문…1명 해임 랭크뉴스 2024.06.29
27252 장마 시작되는 29일···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 랭크뉴스 2024.06.29
27251 '채상병 특검법' 어차피 해봤자?…'특검 전문가' 한동훈 노림수 랭크뉴스 2024.06.29
27250 “내 딸 시신은 어디있나요?”…78시간의 기록 [취재후] 랭크뉴스 2024.06.29
27249 “명품백 받은 여사 잘못” 택시기사 말에 주먹날린 승객 랭크뉴스 2024.06.29
27248 ‘오라버님’ 아닌 ‘오빠’라 부르면 단속”…북한 인권의 충격적 민낯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4.06.29
27247 '공영방송 이사 교체 계획' 의결‥"원천 무효" 랭크뉴스 2024.06.29
27246 [정책 인사이트] 결혼 감소 잘 막아낸 화순군의 비밀은? 랭크뉴스 2024.06.29
27245 신인이 ‘톱스타’만 하는 소주 광고 '파격' 발탁...정체 보니 '충격' 랭크뉴스 2024.06.29
27244 판사 출신도 "난생 처음 본다"…대장동으로 3번 구속, 김만배 3년 랭크뉴스 2024.06.29
27243 'X는 최상류, 인스타는 중류?' SNS에서 최신 트렌드 읽는 법[비즈니스포커스] 랭크뉴스 2024.06.29
27242 '여사가 명품백 받은 것 잘못'이라는 택시기사 폭행한 60대 승객 랭크뉴스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