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33)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총 4명이 입건됐다. 전부 소속사 관계자들로 사고 직후 김호중 대신 '본인이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한 매니저에게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호중과 매니저 A·B씨,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등 4명을 입건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 3명에겐 모두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이 중 최초로 경찰서에 나와 김호중 대신 허위로 자수한 매니저 A씨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 파기한 매니저 B씨는 증거인멸 혐의도 각각 받는다.

현재 경찰은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일단 경찰은 이 대표로부터 "김호중의 옷으로 바꿔 입고 대신 자수해 달라고 A에게 지시했고 또 다른 매니저 B가 자체적으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냈다"는 진술과 관련 녹취를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B씨가 수거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메모리 카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전날 오후 소속사 사무실, 이 대표 자택, 김호중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물과 김호중이 방문한 유흥주점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김호중에게 아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9일 오후 이 대표가 참석한 술자리에 인사차 들르기 위해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대리기사를 불러 본인 명의 고급 승용차에 탑승해 집으로 이동했는데, 50분 뒤 그는 집에서 다시 본인 소유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다른 술집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애초에 대리기사를 부를 이유가 없는 만큼 김호중의 음주운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호중 측은 음주운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가 주점을 찾은 건 맞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고 교통 사고는 운전 미숙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호중도 경찰 조사에서 "술잔에 입을 대긴 했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가 음주운전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직접 증거 나오지 않으면 혐의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호중은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조남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경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정지되자 총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한 인물이다. 김호중은 18, 19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콘서트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이서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