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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美 '핵리스트' 요구에 '신뢰관계도 아닌데 폭격 타깃 내놓으라니' 표현"

'적대적 두 국가' 김정은 규정엔 "매우 유감…평화 지향하는 국가지도자 자세 아냐"


'새해도 한반도는 격동의 한해가…'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문 전 대통령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외교·안보 분야의 소회를 담아 17일 펴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당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불신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회고록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 전 대통령의 고충이 비중 있게 담겼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다 양측이 상호를 비방하는 언사를 주고받다가 2차 북미정상회담이 2019년 2월에야 열린 배경도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와서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정상회담이 늦어졌다고 했다"며 "그 때문에 북한이 발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내게 한 표현으로는 '신뢰하는 사이도 아닌데 폭격 타깃부터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했더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겠어'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그 후로는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그런 요구를 한 적은 없지만 폼페이오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며 당시 미국 정부의 요구로 북미 간 대화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후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한 미국과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노딜'로 끝났다.

회고록에는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단독으로 했던 '도보다리 대화'의 내용도 소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나는 북미회담을 잘하라고 얘기했고,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설득하고 자기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이 나름 호의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이나 하와이, 제네바를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자기들의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어렵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미국 측에서 비행기를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자존심 상해 그럴 수 없다는 고충을 솔직히 털어놨다"며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판문점, 다음이 몽골의 울란바토르였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회담 상대로서의 김 위원장에 대해 "보도를 보면 북한에서는 굉장히 폭압적인 독재자로 여겨졌는데, 내가 만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예의 바르고 존중이 몸에 뱄다"며 "말이 통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결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혀 이념적이지 않았고, 서로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다는 실용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런 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나로서는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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