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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지시
과학계 “시급한 과제 신속 착수 기대”
“최소 거름망…폐지 아닌 보완”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00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연구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정부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과학기술계에선 예타로 인한 시간 지연이 신속한 기술 개발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단순 폐지보다는 제대로 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알뜰한 나라 살림, 민생을 따뜻하게’를 주제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적으로 추진이 시급한 미래 원천기술 개발이나 도전·혁신적 사업에 신속히 착수하게 하고, 타당성 입증이 힘든 사업들도 내용을 보완해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타는 원래 국가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도로나 철도, 항만 같은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을 대상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수행한다.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단순히 경제성만 보지 않고 과학기술성·정책성·경제성을 고루 따진다. 하지만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5~10년짜리 계획과 연도별 목표, 구체 성과물을 제시해야 해 빠르게 변하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편방안’을 내고 사업의 당락 자체를 정하기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예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통과·탈락보단 추진체계의 고도화, 적정규모 도출 등 사업 기획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타 대상 기준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천억원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폐지로 결정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지낸 김상선 한양대 교수는 “예타 심사는 최소 6~7개월이 걸리는데 이러면 적기 대응이 어렵고 연구개발이란 게 기본적으로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인데 타당성을 따지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다. 예타가 없어지면 외려 각 부처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더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 예타 제도를 보완하는 게 아닌, 전면 폐지를 하는 것이 무리한 조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연구개발 예타는 과거처럼 경제성만 검토하지 않고 여러 국가적 임무나 정책, 전략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초반에 문제가 있는 과제가 예타를 거치면서 정교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예타를 없애면 (정부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다. 절차나 방식,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지만 아예 폐지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출신 인사도 “과학기술계를 다독이는 과정에서 예타 폐지가 검토된 것으로 아는데, 예타를 없애더라도 제대로 기획이 안 된 사업을 걸러낼 거름망 정도는 있어야 한다. 국내 과기계는 늘 인재 풀이 적어 사업의 주체와 심사·평가하는 이가 같아지는 문제가 있는데, 국외 인사들을 활용한다거나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평가의 초기부터 전 과정에서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8년 양자기술 관련 예타 등에 위원으로 참여한 박갑동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는 “지금의 예타 과정은 합리적인 의견수렴이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정되기 일쑤”라며 “해당 사업과 관련한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권한과 책임을 갖고 사업화 여부 등을 함께 검토하는 열린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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