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5·18 행방불명자 이창현군. 제공=5·18 기념재단

[서울경제]

앳된 얼굴로 형형색색 한복·도령모를 갖춰 입고 찍은 돌 사진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소년이 43년 만에 초등학교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사진 속 주인공인 이창현 군은 1980년 5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5·18 관련 행방불명자 178명 중 1명으로 기록돼 있다. 아버지 이귀복씨에 따르면 이군은 1980년 5월 당시 양동국민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광주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등교하지 않은 채 집에 머물렀고, 5월 19일 집 밖에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업을 위해 아버지는 전남 지역에서 살고 있었고, 어머니도 생업을 위해 외출한 상태라 집 안에는 이 군 혼자였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 군의 어머니는 사라진 이 군을 찾기 위해 인근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했으나, 이 군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계엄군에게 인상착의를 말하며 행방을 묻기도 했는데, "이 난리에 어디서 찾겠냐. 집에 가서 남은 자식들이나 잘 돌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혹여나 집으로 돌아올까 봐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고, 계엄군에 의해 다치진 않았을까 하며 지역 병원·야산을 뒤졌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자식을 잃어버렸다는 아픔에 어머니가 1981년 광주를 떠나면서 이 군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는데, 아버지는 이 군의 행방을 계속해서 쫓았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으로 이 군에 대한 5·18 관련 행방불명자 신고를 했고, 9년이 흐른 뒤에야 가까스로 이 군의 흔적을 발견하게 됐다. 1989년 5·18 민중항쟁유가족회의 '광주민중항쟁비망록' 출판기념회가 열리던 날 비망록 한편에서 시민군에 뒤섞여 있는 아이가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이 씨는 자기 아들로 확신했다. 명확한 검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연구원에 감정 의뢰를 했지만 자료가 유실됐다는 이유로 지지부진 조사에 소송까지 벌였다. 그러던 중 소송을 담당한 변호인으로부터 이 군이 1980년 5월 21일 죽은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듣긴 했으나 이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시청 직원으로부터 1980년 5월 29일 인성고등학교 야산에 묻혀있던 이 군의 시신을 파냈다는 진술에도 유해를 찾지는 못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도 5·18 행불자 중 10세 이하 어린이들을 분류해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행적을 파악할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국내외 입양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도 했는데, 이 군에 대한 입양 기록·신원 등의 관련 자료는 없었다.

광주시교육청은 행방불명자이기는 하나 이 군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명예졸업장 수여를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행방불명됐고, 학교에서 제적당하는 등의 시련을 유가족들이 겪었다"며 "44주년을 맞아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390 바이든, 할리우드 스타 출동 389억 모금…트럼프 미시간行 랭크뉴스 2024.06.16
22389 야당 "상임위 7개 줄 때 받아라"…결론 못내는 여당 랭크뉴스 2024.06.16
22388 '성 관련 영화 상영' 중학 교사…항소심도 "징계 정당" 랭크뉴스 2024.06.16
22387 작년 자살 사망자 4년래 최고, 올 1분기도 '심각'… 재시도 비율도 늘었다 랭크뉴스 2024.06.16
22386 윤 대통령,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 마치고 귀국 랭크뉴스 2024.06.16
22385 [영상] 과징금 1400억원…블랙홀 빠진 쿠팡 랭크뉴스 2024.06.16
22384 女화장실에 '타이머' 설치한다고?…'빨리 사용하라' 심리적 압박 랭크뉴스 2024.06.16
22383 "삼성보다 낫다" 큰소리 뻥뻥…엔비디아 '1억 칩' 잡은 3위 도발 랭크뉴스 2024.06.16
22382 러, 우주 핵무기 개발? 전쟁터 된 우주 지키려면, 韓 먼저 할 일 [이철재의 밀담] 랭크뉴스 2024.06.16
22381 앱으로 줄을 서라고?… 고령층 식당 이용 '산 넘어 산' 랭크뉴스 2024.06.16
22380 "10점 만점에 11점"…英 독설 심사위원 놀래킨 '3분 태권 무대' [영상] 랭크뉴스 2024.06.16
22379 韓 배터리·차·반도체, 커지는 美 노조 입김에 고민 랭크뉴스 2024.06.16
22378 "살던 집에서 매달 122만 원 따박따박"... '자식보다 효자' 주택연금 [내돈내산] 랭크뉴스 2024.06.16
22377 [영상] 서울대병원 전체휴진 초읽기…"환자엔 죄송" 랭크뉴스 2024.06.16
22376 밀양 성폭행 피해자 향한 국가 권력의 ‘2차 가해’…20년 지난 지금은? [주말엔] 랭크뉴스 2024.06.16
22375 "서울의대 4백 명 이상 휴진"‥정치권 오늘 중재 나서 랭크뉴스 2024.06.16
22374 '중산층 집한채' 상속세 줄인다…과표·공제 상향조정 무게 랭크뉴스 2024.06.16
22373 오늘 고위 당정협의회‥저출생·전력수급 대책 논의 랭크뉴스 2024.06.16
22372 떨어지는 적금 금리…은행권, ‘고금리 착시’ 적금으로 미끼 랭크뉴스 2024.06.16
22371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 본격화…시추 착수비 100억원 우선 확보 랭크뉴스 20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