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이트진로 생산공장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술 주입기 세척이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주류제품인 ‘필라이트 후레쉬’ 제품 주입기다. 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하이트진로 주류 제품 2개에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생산공장 현장조사를 한 결과 술 주입기 세척 등 관리미흡 사실이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 후레쉬’ 124만캔을 회수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하이트진로가 제조·판매하는 주류제품 두 개에서 응고물이 발생하고 경유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타주류 제품으로 분류되는 ‘필라이트 후레쉬’는 주류를 밀봉하는 주입기 세척·소독 관리가 미흡해 응고물이 형성됐던 것으로 판명됐다. 원래 주입기를 세척·소독할 때는 세척제와 살균제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특정 날짜에 살균제가 소진돼 세척제로만 주입기를 관리한 것이 문제였다. 주류 주입기가 젖산균의 일종인 ‘페디오코커스 담노서스’라는 젖산균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젖산균이 제품에 들어가면서 탄수화물, 단백질과 결합해 제품 내 응고물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젖산균은 식중독균처럼 인체 위해균이 아니기 때문에 주류 품질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제품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있었던 ‘참이슬 후레쉬’는 경유 등 다른 물질이 제조과정 중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가 신고된 제품을 수거해 경유 성분을 검사해보니 제품 내용물에서는 경유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제품 겉면에서만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제품 겉면에 있던 경유 성분이 기화돼 뚜껑 틈새로 미량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주병과 뚜껑 재질의 차이로 소주병 완전 밀봉이 어려워 유통·보관 중 온도 변화에 의해 기압 차이가 발생하면 외부 성분이 미량 들어갔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식약처는 소주병(유리)과 뚜껑(알루미늄과 폴리에틸렌)의 재질이 달라 완전 밀봉은 어려우며, 2013년에도 소주에서 경유 냄새가 났던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 후레쉬 124만캔을 회수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 공정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식약처는 최근 식품 제조공정이 자동화되고, 배관 설비 등이 많아짐에 따라 세척·소독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업체들에 철저한 관리를 요구했다. 또한 업체 및 소비자들이 소주 제품을 경유, 석유 등 휘발성이 강한 물질과 함께 보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이혜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