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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재선 이상 현역들 위기감 고조
②명심만 강조한 원대 선거에 지지율도 정체
③이재명 리더십 균열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기호 4번 우원식 후보가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됐음을 선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결과가 발표된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장내에는 일순간 짧은 적막이 흘렀다. 일부 당선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어" 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의 추미애 당선자 얼굴은 급격히 굳었고, 국회의장 후보에 오른 우 의원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선자들의 판단이기 때문에 그게 당심"이라며 "저도 (다른 당선인과 같은) 한 표"라고 한 뒤 자리를 떴다.

이변이었다. 추 당선자가 유력 후보였던 6선의 조정식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하고, 5선의 정성호 의원이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면서 '명심(明心)'은 기운 듯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언더도그' 우 의원 손을 들어줬다. 표 차이는 89대 80.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에 좌우된다는 내부 비판 여론에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과거 추 당선자의 돌발 행보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4·10 총선 압승 이후 거칠 것 없었던 이 대표의 행보에 한 달여 만에 제동이 걸린 이유다.

'명심 해석'에 초선-재선 이상 온도차



이날 투표에 참여했던 민주당에서는 초선과 재선 이상 당선자들의 표심이 달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진을 중심으로 과거 추 당선자의 대표 시절 좌충우돌 이미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노동조합법 강행 처리 등이 회자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이와 달리 추 당선자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초선 당선자들의 경우, 공천장을 준 이 대표 의중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 이번 국회의장 선출 국면에서 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 대권가도에서 추 당선자가 '대립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도 확장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추미애(가운데) 당선자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우원식 의원. 뉴시스


"극명, 대권에 도움 안 돼"… '투표권 박탈' 분위기 반감도



특히 재선 의원급 이상에선 친명계에서 노골적으로 '보이는 손'으로 등장해 교통정리에 나서는 데 대한 반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명계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내세우며 나머지 후보들을 주저앉혔고, 이번 선거에서도 추 당선자와 조 의원의 인위적 단일화에 이은 정 의원의 불출마 등 중도하차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선 "원내대표를 사실상 임명직으로 만들어놓고 의장까지 또 명심까지 만들려고 하니, 의원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재선 의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CBS 라디오에서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 같다"고 비판하고, 지난 13일 중진 우상호 의원도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를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흐름의 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의장까지 친명 독주로 이어지는 그림이 이 대표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나름의 정치적 판단도 작용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총선 승리 이후 이재명 단극체제로 치닫는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실제 175석의 압승을 한 민주당이지만 이후 한 달 넘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선택은 정치 행위가 민주당 대선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갈리는데 의장까지 친명이 일방적으로 만들었다는 이미지는 지지율 반등은커녕 깎아먹기만 한다는 우려 속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된 것"이라고 전했다.

웃을 수만 없는 이재명...당 장악력 스크래치?



'의장 이변' 사태가 이 대표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을 줄 거라 보기는 아직은 어렵다. 다만 이번 선거 과정에 이 대표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 장악력에 일부 균열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이변의 교훈 아닌가"라고 짚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명심 논란을 일축하며 우 의원에게 힘을 싣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의장 선출 직후 "이게 당심이 아니겠느냐"고 치켜세운 이 대표는 우 의원을 곧장 접견한 자리에서도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 정책을 추진했던 현장에 가장 가까운 정치인"이라면서 "생각도 저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동질감을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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