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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높고 유가·환율 불안…“예단 어려워”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미국발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뉴욕 주가는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고,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통화당국이 긴축 기조를 전환하는 시기와 속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6일 미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이 3월(3.5%)보다 0.1%포인트 내려왔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시장 전망치(0.4%)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 올랐는데, 이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만간 정책금리(상단 기준 연 5.50%)를 내릴 것이란 시장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이에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15일(현지시각) 모두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 16일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가 0.83%, 코스닥 지수가 0.95% 올랐다. 달러 약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24.1원 급락한 1345.0원에 마감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최근 지표들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물가와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4% 증가할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달리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중시하는 고용 지표 역시 둔화됐다. 이달 초 발표된 4월 고용(17만5천명 증가)은 시장 예상치인 24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소비와 고용 둔화 흐름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이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의 비중이 물가지수 발표 하루 전 80%에서 발표 뒤 95%까지 높아졌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제적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많이 희석돼 현재 연내 두 차례 인하 정도를 시장금리가 반영하고 있는데,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미 투자은행 씨티는 “소비자물가는 5~6월에도 유사한 속도로 감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이 7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추세적인 하락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 또한 적지 않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불과 한달치 데이터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불충분하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12월로 내다봤다.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떤 신호를 보낼지도 주목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원점 재검토’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은 바 있다. 만약 미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조기에 가시화하면 한은의 통화긴축 완화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경기 부양을 원하는 정부와 부채 수준이 높은 민간 부문 등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한은이 서둘러 선제적인 통화긴축 기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목표치(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와 환율 불안 또한 쉽게 해소되기 힘든 변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직전에 열린 4월 금통위에서 1명을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들은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조기 금리 인하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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