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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놓고 사회 분열…용의자는 71세 작가로 시민운동 경력


지난 15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60·사진)가 피격당하면서 낮시간대 최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로베르트 칼리나크 슬로바키아 국방장관은 16일 피초 총리가 수술받은 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밤 의사들이 피초 총리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여전히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총격에 쓰러진 피초 총리…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슬로바키아 총리 경호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로부터 150㎞ 떨어진 한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차량으로 데려가기 위해 일으켜세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현장에서 체포된 총격 사건 용의자. AFP로이터연합뉴스


피초 총리는 전날 오후 2시30분쯤 수도 브라티슬라바 동북쪽으로 150㎞ 떨어진 한들로바 지역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와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총격을 당했다. 용의자는 5발을 쐈고, 이 중 1발이 복부를 관통했다. 피초 총리는 헬기로 병원에 이송돼 4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다.

이번 암살 시도는 슬로바키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매체 데니크N은 “슬로바키아 현대사에서 고위 정치인에 대한 첫 암살 시도”라고 전했다.

슬로바키아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인 71세 남성 작가를 현장에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DUHA(레인보) 문학클럽의 창립자로, 세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소설을 썼다. 소설 중 한 권은 흔히 집시로 알려진 로마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회원으로 파악됐는데, 협회 측은 그가 총격범으로 확인되면 회원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러시아 준군사조직인 ‘슬로벤스키 브란치’의 지지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친러 조직 지지자와 암살 시도가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초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싸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안을 폐기한 친러 성향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지역에서 ‘폭력반대운동’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경력이 있다. AFP통신은 용의자가 8년 전 온라인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세상은 폭력과 무기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이 영상에서 이민과 증오, 극단주의에 대해서도 우려하면서 “유럽 정부는 이런 혼란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비난했다.

슬로바키아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친러 대 반러, 친미 대 반미 등으로 나뉜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연결 짓고 있다. 피터 지가 슬로바키아 의회 부의장은 “사회를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진영으로 분열시킨 결과”라고 주장했다.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도 “증오적 수사는 증오적 행위로 이어진다”면서 상대 정치인에 대한 적대 발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 끔찍한 폭력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괴물 같은 범죄는 어떻게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폭력도 표준이 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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