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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의과대학 학생 대표 등 의대생들이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의대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법원이 16일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계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것은 의료계와 의대생 개인보다 공공복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을 촉발한 2000명 증원의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만 따지기 보다 공공복리를 위한 의료개혁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그나마 법원은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해 의료계는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수 있는 여지는 얻게 됐다. 법원은 “향후 대학의 의견을 존중해서 증원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결정을 하면서 먼저 신청을 제기한 원고의 적격 여부를 1심과 달리 개별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하지만 의대 재학생들에 대해서는 ‘신청인 적격’을 인정했다. 재학 중인 의대생들은 학습권을 보호받아야 하는 ‘구체적인 이익’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으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방을 위한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의대생들이 입게 될 손해보다는 공공복리를 우위에 뒀다. 재판부는 현재 국내 의료 현실을 따져본다면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내부로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설명도 했다.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산부인과가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거나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열악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선 의사들이 불균형한 수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증원 정책에 필요성이 인정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안은 집행정지 사건이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근거까지 살펴본 다음 판단이 나왔다. 사실상 본 소송에 준하는 재판이 이뤄진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계가 주장한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의 위법성’ 여부 자체는 살피지 않았다. 재판부는 “향후 본 소송에서 상세한 심리와 검토 통해 처분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어도 증원 조치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엄밀히 구분할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그 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향후 정부가 의대정원에 대한 정책을 세울 때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재판부는 “2025년 이후의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학 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의 자주성을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법원이 2심에서도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의 법정 소송전에서는 의료계 완패로 끝나는 분위기다. 정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법원발 변수’가 사실상 치워지면서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힘을 받게 됐다.

다만 의료계가 이날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하기로 하면서 향후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항고가 접수되면 송달, 연구관 검토를 거쳐 대법관 심리와 합의까지 최소 한 달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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