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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 내용 안 담겨
매각 논의는 이어갈 것으로 보여
'라인야후'로 얽혀있는 글로벌 지배구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회장./연합뉴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 결정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대통령실은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매각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이 사안을 경제안보이자 디지털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만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 협상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의 ‘라인 매각’ 요구는 내용과 속도가 모두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정보유출 사고가 있었고 올해 3월 일본 총무성이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1차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라인야후가 제출한 첫 번째 보고서에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에 위탁한 기술 업무를 순차 종료하고 2026년까지 시스템 분리를 완료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그러자 총무성은 지난 4월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7월 1일까지 내놓으라는 2차 행정지도를 명령했다. 5월 8일과 9일에는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10조로 AI 투자? 업계는 ‘글쎄’
1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의 모습./연합뉴스


뒤로 한발 물러서 있던 한국 정부는 여론이 악화하자 5월 14일과 15일 ‘라인 사태’에 개입했다. 한국 기업이 만든 기술 플랫폼을 일본 정부가 정보유출을 명분 삼아 강탈하려 한다며 여론이 악화하면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간을 번 네이버는 매각 여부를 포함해 협상 전력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①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을 전량 매각하거나 ②일부를 매각하거나 ③지분은 유지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있는 사업만 떼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판다고 하면 소프트뱅크와 협상할 규모와 가격이 관건이다. 메신저뿐만 아니라 금융, 쇼핑, 웹툰 등 모든 서비스가 라인야후의 지배 아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라인야후가 가진 계열사 지분에는 한국, 동남아시아, 미국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지분을 팔지 않기로 한다면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이는 다시 말해 향후 어떤 불이익이 따를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분 전량 매각 시 액면가는 10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적정한 금액인지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지분을 전략 매각할 경우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미 확보한 글로벌 성장동력과 맞바꿀 수 있을 정도인가를 따져보면 셈법이 복잡하다. 네이버가 AI로 중동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라인을 앞세운 플랫폼 사업만큼의 폭발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AI는 자본과 기술력,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의 기술 패권은 이미 미국 기업으로 온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네이버가 AI 투자금을 확보하더라도 투자로 얻는 이익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10조원의 매각 금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도 “소프트뱅크 사업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분을 매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그동안 ‘라인’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전개했다. 2011년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라인은 일본에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한국 IT기업 최초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일본은 라인을 ‘일본 기업’이라 인식했지만 네이버는 처음부터 라인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2019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와 5대 5 합작법인 A홀딩스를 세워 라인과 야후를 통합했다. A홀딩스가 라인야후(법인명 LY주식회사)의 지분 64.5%를 소유하는 형태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은 라인야후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소프트뱅크와 합병 이전부터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네이버 글로벌 사업, 라인야후 지분에 포함
라인야후는 전 세계에 100개 이상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라인파이낸셜 등 금융 자회사를 통해 간편결제, 보험, 증권 등 핀테크 사업을 전개했다. 일본에서는 조조와 아스쿨 등 이커머스 기업과 헬스케어 사업까지 품고 있는 플랫폼 공룡이다.

라인 캐릭터 IP를 보유한 IPX 역시 라인야후의 자회사다. 게임, 웹툰 등 콘텐츠 계열사 지분도 LY주식회사 영향력 아래 있다. 일본 웹툰 서비스 라인망가와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이 속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8%도 라인야후가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혈맹’으로 생각했기에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대만,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업체 지분을 라인야후가 지배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글로벌 사업 성장엔진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연간 매출 9조6706억원 중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약 1조3525억원으로 비중은 14% 수준이다. 라인을 포함하면 해외 매출 비중이 40%대로 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이 현실화하면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고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과 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매각 대금을 이용한 글로벌 인수합병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이것만으로 주가가 재평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분만 소프트뱅크에 넘겨 2대 주주가 돼 필요한 사업만 맡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업 부문에 대한 협의에서 네이버의 권한이 최대한 보장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고 지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 방안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본의 한 변호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는 행정지침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른 것”이라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향후 어떤 제재가 들어올지 몰라 더 불안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걸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늘 ‘라인의 국적’에 민감해했던 만큼 데이터 안보를 앞세워 지분 구조를 바꾸라는 요구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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