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헌재 재판관도 궁금해한 기후소송 쟁점 ③
2030~2050년 감축 목표치 부재 지적에
정부 “5년마다 재검토하고 새로 수립·시행”
청구인 “미래세대 보호 조치의 전적인 부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4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19명의 원고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처음 소를 제기한 지 4년 만에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2030년부터 2050년까지 20년 구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으면 혼선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소송 1차 공개변론 자리에서 정정미 재판관이 정부 쪽 변호인들에게 한 질문이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관련 시행령에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고, 2030년부터 2050년까지는 목표치가 없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선 재판관도 “2030~2050년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정부 쪽은 “탄소중립기본법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진전의 원칙’(역진 방지)에 따라 5년마다 강화된 목표를 설정하게 돼 있”는 만큼, 2030년 이후 연도별 목표치를 굳이 일일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중장기·연도별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하고,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도 5년마다 새로 수립해 시행해야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의 법적 구조가 결국 ‘2050 탄소중립’을 지키도록 돼 있으니, 법에 연도별 목표를 일일이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번 소송과 ‘닮은 꼴’인 2021년 독일의 기후소송을 한번 살펴보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그해 3월24일 정확히 그 이유로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제정된 이 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독일 헌재는 “이 목표대로면 2030년 이후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며 “이는 인간의 생활영역 전체가 위협받는 것으로,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 세대가 탄소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제약하고 그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독일 정부와 의회를 향해 “감축 부담의 적절한 배분을 위한 경로 설정”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위헌 결정으로 독일 연방정부와 의회는 5개월 뒤인 8월18일 연방기후보호법을 개정했다. ‘제3조 국가기후목표’ 내용 가운데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당기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한 것이다. 또한 기존 법엔 없던 2040년 감축 목표를 신설해 88%로 명시하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넘어 ‘음’(negative)의 온실가스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목표 상향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 등의 산업에 대해 최소 50억유로(7조4천억원)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도 했다. 국내 기후소송 청구인 쪽 변호인들은 독일 헌재의 결정을 두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부와 국회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한 선도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뿐만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2031년 이후 기간의 감축 목표치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이 계획을 확정하며 현 정부 임기(2027년)까지는 온실가스를 연평균 2%씩 줄이다가, 2028년부터 그 폭을 크게 늘려 3년 동안 9.1%씩 줄이도록 했다. 사실상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청구인단 변호인들은 이를 두고 “미래세대 보호 조치의 전적인 부재”(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변론요지서에서 “결국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선언하면서도 실천 방법은 전부 백지 상태로 놓아둔 채 막연한 약속과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미래세대인 청구인들에겐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 집행을 국가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헌법적 권리가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351 아이 낳으면 최대 20년 거주…서울시, 3년간 신혼부부에 공공주택 4400가구 공급 랭크뉴스 2024.05.30
23350 [단독] 최목사 "김여사 청탁 뒤, 대통령실 과장이 보훈부 연결" 랭크뉴스 2024.05.30
23349 ‘결혼 안 해도 된다’는 청소년, 저소득 가정에서 더 늘었다 랭크뉴스 2024.05.30
23348 ‘뺑소니’ 김호중 선배 이름 지웁니다 랭크뉴스 2024.05.30
23347 여친과 성관계, 무음 카메라로 찍은 ‘아이돌 출신 래퍼’ 랭크뉴스 2024.05.30
23346 알리바바-쿠팡 투자한 소뱅, 韓 유통 생태계 교란 부채질? 랭크뉴스 2024.05.30
23345 [인터뷰] “간호사들 병원 안떠난다…22대 국회, 의료개혁 위한 간호사법 속도 내야” 랭크뉴스 2024.05.30
23344 속헹의 한파 속 죽음에도…‘비닐하우스’ 기숙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랭크뉴스 2024.05.30
23343 연금 말고도 월 100만원 나온다…4050 '평생 돈줄' 전략 랭크뉴스 2024.05.30
23342 삼성 노조 파업으로 반도체 팹 '셧다운'되면…"최악땐 TSMC 지진사태 맞먹어"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5.30
23341 이주노동자 속헹의 죽음 뒤 ‘비닐하우스’ 기숙사는 사라졌을까? 랭크뉴스 2024.05.30
23340 아이슬란드 또 화산 폭발…용암 분수 50미터 랭크뉴스 2024.05.30
23339 자숙한다더니… 유재환 “미인이세요” 여성들에 DM 랭크뉴스 2024.05.30
23338 [단독] LF 야심작 ‘티피코시’ 부활 1년 만에 운영 중단 랭크뉴스 2024.05.30
23337 북한, 오물풍선 이어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발 무더기 발사(종합3보) 랭크뉴스 2024.05.30
23336 [속보] 오물풍선 이어…北, 탄도미사일 10여발 쏴댔다 랭크뉴스 2024.05.30
23335 [속보] 日 “北 발사 탄도미사일 추정 물체, EEZ 밖 낙하” 랭크뉴스 2024.05.30
23334 아워홈 ‘남매전쟁’ D-1… 사모펀드에 매각 대기 중인 오빠 vs 자사주 사준다는 동생 랭크뉴스 2024.05.30
23333 [속보] 북,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 발 무더기 발사‥군 "강력히 규탄" 랭크뉴스 2024.05.30
23332 합참 “북한,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십여 발 발사” 랭크뉴스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