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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으로 1분 만에 1만원 벌자 비싼 가격대 물품 구매 대행 제안
전화번호와 출금 계좌 등 개인정보는 이미 넘어가
알리 등 “전혀 상관없는 허위 광고... 주의해야”
국회 예방책은 폐기 수순... 전문가 “업계, 브랜드 신뢰 차원서도 문제 살펴봐야”

‘구매 대행 알바 4건에 수수료 1만1097원.’

쇼핑몰에서 지정된 물건을 구매하고 담당자에게 인증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분에 불과했다. 무자본으로 1분 만에 수수료(5%)로만 1만원을 넘게 벌었다. 선지급 받은 5만원 한도 내에서 3만원대부터 4만원 후반대 물건 구매 대행 업무를 완료하면 담당자는 원금에 수수료를 더해 환급해 줬다. 그러나 이는 거액의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가기 전 미끼에 불과했다.

일러스트=손민균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테무·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인기를 끌자 이들 업체를 내세운 구매 대행·쇼핑몰 리뷰 알바를 통한 신종 피싱이 등장했다. 피싱(Phishing)이란 피해자를 기망 또는 협박해 개인정보 및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금전을 이체하도록 요구하는 불법 사기 행위다.

피싱의 시작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문자 메시지(SMS)였다. 해당 문자엔 ‘알리·테무·쿠팡 등 저희 업무량이 폭주해 물품 주문·대행 업무와 리뷰 작성 알바를 채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해당 업체들이 진행하는 리뷰 체험단 모집 글처럼 보였다.

지난 13~15일 기자는 문자에 적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구매 대행 업무를 했다. 해당 문자를 보낸 주체는 구체적인 회사명 대신 본인을 프리랜서라고만 설명했다. 근로계약서도 없었다.

업무는 간단했다. 담당자가 소개한 쇼핑몰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지정된 물건을 구매하고 담당자에게 구매 내역을 캡처해서 인증했다. 공장가로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한 뒤 유통업체에 도매가로 판매해 남는 수익을 가져가는데, 알리·테무·쿠팡 등의 주문 물량이 늘어나 불가피하게 알바를 구했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처음인데도 정말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구매 대행 비용을 환급해 줬다. 금액 확인을 못 해서 답이 늦을 때면 “아직 정산금이 안 들어왔나. 안 들어왔으면 답해달라”며 챙겨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업무에 적응할 때쯤 담당자는 ‘새로운 업무’를 제안했다. 선지급한 5만원보다 비싼 가격대의 물품 구매 대행이었다. 기자의 자본금이 들어가는 만큼 수수료도 5%에서 10~20%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소액을 실시간으로 환급을 해준 만큼 혹할만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여기서 대화를 멈췄다. 거액의 물품 구매 대행은 환급 및 수수료 정산이 되지 않는다는 온라인 사이트 글을 본 덕이다. 이미 전화번호와 출금 계좌 등 기자의 개인정보는 고스란히 넘어간 상태였다.

지난 13일 구매 대행·리뷰 작성 알바 모집 글에 '알리·테무·쿠팡'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글과 해당 업체는 전혀 관련이 없다(왼쪽 첫 번째). 담당자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급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네이버 라인으로 소통 채널을 옮기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대화가 불가능해졌다(왼쪽 두 번째). 기자가 라인에서 담당자에게 구매내역을 인증하는 등 구매 대행 업무를 하는 모습. /민영빈 기자

구매 대행 알바뿐 아니라 리뷰 작성 알바도 마찬가지다. 담당자와의 소셜미디어(SNS) 대화만으로 알바로 고용된다. 이후 담당자가 지정해 준 쇼핑몰에 회원 가입한 뒤 현금으로 포인트를 충전해 담당자가 정해준 물건을 구매하고 리뷰를 작성하면 물건 원금과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 쇼핑몰 포인트가 된다. 포인트는 출금 계좌 신청만 하면 통장에 현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소액인 경우 즉시 환급해 줬지만 거액을 유도한 뒤엔 정산해 주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답이었다.

특히 ‘팀 미션’ 리뷰 작성 시엔 대출 협박도 있었다고 한다. 팀 미션은 2~4명의 알바생이 팀을 이뤄 할당된 개수만큼 물건을 구매해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팀원 중 단 한 명이라도 할당된 물건 구매·리뷰를 하지 못하면 팀원 모두가 환급받을 수 없다. 거액이 부담돼 중도에 포기하려고 하면 조직적인 대출 권유와 협박이 이어진다.

관련 업계는 해당 모집 공고에 일반인이 알만한 업체명이 인용되는 사실을 우선적인 피해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모집 문자에도 알리·테무·쿠팡 등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이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해당 방식으로 리뷰 체험단을 모집하지 않는다”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 관련 문자를 받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자사와 전혀 상관없는 모집 공고”라며 “불법 허위 광고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당 문자에 언급된 업체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플랫폼·유통업체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사람들이 허위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해당 사안을 단순한 피싱 사기로 볼 게 아니라 브랜드 신뢰 차원에서 살펴보고 피해를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신종 피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이달 말 제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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