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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고 거래 과세에 이용자 혼란
특성상 정확한 매출 집계 어려워
"과세 체계 정교하게 다듬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부천에서 휴대폰 수리업을 하는 조모(43)씨는 최근 관할 세무서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중고 거래로 얻은 수익이 1억4,000만 원으로 과세 대상이니 이에 대해 소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중고 휴대폰을 사서 1% 정도 마진을 붙여 되팔고 있는데(리셀), 1억4,000만 원은 실제 연 매출 6,500만 원의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었다.

'연 매출 자료, 연 매출에 에스크로상 결제 예정 대금까지 포함한 자료를 각각 제출했는데 국세청이 두 자료를 합쳐 매출로 잡은 것 같다.' 끼니도 거르고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부터 들은 답변이다. 에스크로는 중고 플랫폼이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안전 거래가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에스크로에 예치된 돈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구매자에게 반환돼 매출로 잡아선 안 된다.

조씨는 "중고 거래에 세금이 부과되는지도 몰랐는데, 중복 매출로 잡힌 것까지 제가 일일이 소명해야 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2022년 확정매출 6,400만 원에 건강보험료, 연금 등을 합산하면 "2년 치 세금이 1억 원은 나올 것 같다"며 발을 굴렀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계속적, 반복적 중고 거래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중고 플랫폼 '헤비 유저(이용 빈도가 높은 사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해 중고 거래를 탈세 통로로 악용하는 사업자를 적발하기 위한 조치인데, 사전에 충분한 안내 없이 부정확한 자료에 기반한 일방 통보로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중고 거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사 사례가 공유됐다. 모두 부정확한 집계를 바탕으로 과세 예고를 받았다. A 플랫폼 이용자는 '작년에 맥북, 아이패드 프로 등 사용하던 물건을 여러 중고 플랫폼에 동시에 올렸고, 잘 안 팔려서 재등록을 여러 차례 했는데 모두 합산돼 사업 소득으로 1,300만 원이 잡혔다'고 했다. 지난해 1,500만 원어치를 거래했다는 한 패션 커뮤니티 이용자는 '대부분 구매한 가격 그대로 팔거나 오히려 저렴하게 팔았다. 물건을 떼 와서 이익을 남기거나 하면 모를까 이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관련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B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이달 초부터 약 30건의 문의가 접수됐다. 조씨처럼 '세금 폭탄을 맞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부터, '매출·매입 증빙자료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나도 과세 대상자인지'가 주를 이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고 거래액이 가장 많은 게 휴대폰이니, 휴대폰 거래자들 문의가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과세 당국에 '중고 거래 특성상 매출 자료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거래는 △판매글을 '끌올(끌어올리다)'하기 위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거래 완료'를 누르거나 △'네고(협상) 가능'을 표시하기 위해 판매금액을 9999… 원 등으로 부정확하게 쓰거나 △현장 네고 이후 실제 거래액이 판매글보다 적게 책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업계는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 매출 1,200만 원이 넘는 이용자 명단을 국세청에 제출하고 있다.

이번 혼란에 대해 국세청은 "본인(과세 대상자) 신고를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며 "실거래가가 낮거나 손실을 보고 팔았으면 소명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이익을 취하면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리셀러는 이익을 취하는 부업 또는 주업이니 당연히 (과세) 대상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중고 거래 특성상 소명도 쉽지 않다. 한 예로 휴대폰을 90만 원에 매입해 100만 원에 팔았다면, 개인이 매입가 90만 원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거래 완료 후 판매글을 지워버리는 게 다반사고 △현금 거래도 비일비재한 데다 △계좌 내역상 지출액이 리셀을 위한 매입금액인지 증명도 어렵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총무이사는 "국가 입장에서 이익 나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납세자 편의를 위해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어 합리적인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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