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공공 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총동원하기로 한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 민간 환자 응급진료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가칭 ‘국방의과대학(국방의대)’을 추진하는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일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로 시작된 이번 ‘의료 대란’ 뿐 아니라 대규모 감염병 사태 등 의료 비상 상황이 생길 때마다 ‘최후의 보루’를 맡는 직업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졸업 후 10년 이상 군에 복무하는 장기 군의관을 양성하기 위한 가칭 국방의대를 검토 중"이라며 “형태나 정원 등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월 20일 의무사령부 예하 국군수도병원 등 전국 군 병원 12곳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했다. 군 병원 응급실을 찾은 민간 환자는 지난 14일 기준 1123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며 발생한 응급 의료 공백을 군 병원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군의관들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 때도 의료 최전선에 투입돼 공공의료 붕괴를 막는 역할을 했다.

장기 군의관의 안정적 수급은 궁극적으로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실제 군은 격오지 의무부대의 민간 개방을 추진 중이다. 우선 이달 3일부터 강원도 화천군에 주둔하는 15사단 의무대대를 시범 개방하고 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장기 군의관이 늘어나면 군 병원에 베테랑 의사가 더 많아지고, 군 병원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 2011년에도 특수법인 형태의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만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당시에는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 간 군과 공공 의료 기관에 의무 복무하는 군의관 40명, 공중보건의 60명 등 총 100명 정원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이어 국방의학원이 모델로 삼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자체가 폐지되며 흐지부지됐다.
전공의 파업 사태로 정부가 전국 군 병원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첫 날인 지난 2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진료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의료계 입장도 반영할 수 있는 연구 기관에서 설계 용역을 진행하려 한다”며 “현재는 검토 초기 단계여서 유관 부처와의 논의는 물론이고 국회의 협조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올해 2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법’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가 종료(5월 29일)와 함께 임기 만료 폐기될 예정이다. 법안은 각 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형태로 장기 군의관을 양성하자는 제안이었다.

국방의대의 정원 규모는 연구 용역 및 논의 결과에 따라 추후 정해질 계획이다. 다만 과거 정부 추진안과 성 의원 발의 법안 등으로 미뤄 40~1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국방의대 추진은 장기 군의관 부족에 따른 것이다. 현재 약 2400명의 군의관 가운데 10년 이상 복무하는 장기 군의관은 180여명으로, 전체의 약 7.5%에 불과하다. 이외에는 36개월 간 군 복무 후 민간 병원으로 돌아가는 단기 군의관들이다. 지난해와 올해 5월까지 단기 군의관 중 장기 군의관으로 전환한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연방 교육기관으로 ‘국립군의관의과대학’을 두고 있으며, 일본도 ‘방위의과대’를 통해 군의관과 간호장교를 양성한다. 의무 복무 기간은 각기 7년, 9년이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292 한국 평균임금 OECD 평균 90% 돌파…일본 제치고 격차 벌려 랭크뉴스 2024.05.23
29291 韓증시, 대만과 시총 격차 400조까지 벌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문제일까 랭크뉴스 2024.05.23
29290 '20억 로또청약' 가능할까…래미안 원펜타스 분양가 향배는 랭크뉴스 2024.05.23
29289 채상병 특검법 17석 쟁탈전… '약한 고리' 파고드는 野 랭크뉴스 2024.05.23
29288 김호중길, 승리숲, 박유천 꽃길… '연예인 편승' 지자체 홍보 곳곳 뒤탈 랭크뉴스 2024.05.23
29287 日 대형 포경선 '간게이 마루' 출항…올해 200마리 포획 예정 랭크뉴스 2024.05.23
29286 134마리 중 9마리만 살았다…강아지 사체 뒹구는 '죽음의 보호소' 랭크뉴스 2024.05.23
29285 용산파견 싫다, 책임질 일 더 싫다…관가 빨라진 정권말 복지부동 [흔들리는 공직사회] 랭크뉴스 2024.05.23
29284 검정 바지 입고 출근했다고 해고당한 노동자…법원은 정당하다 판단 왜? 랭크뉴스 2024.05.23
29283 [사설] 직구 사태 이틀 만에 ‘고령 운전 제한’ 또 혼선, 나사 풀렸다 랭크뉴스 2024.05.23
29282 "5만 원에 지인능욕 가능"... '아는 사람' 노린 딥페이크 음란물 활개 랭크뉴스 2024.05.23
29281 전공의 복귀 요원한데…서로 '대화하자'만 반복하는 의정 랭크뉴스 2024.05.23
29280 '김정숙 타지마할' 논란에 친문들만 각개전투...침묵하는 친명들, 왜? 랭크뉴스 2024.05.23
29279 총선 참패 40일 만에 사그라든 與 쇄신...여야 대치 정국에 "일단 뭉치자" 랭크뉴스 2024.05.23
29278 ‘김일성·김정일’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초상화 정치 시작됐다 랭크뉴스 2024.05.23
29277 美 연준위원들 "인플레 진전 부족"…금리인하 지연 시사(종합) 랭크뉴스 2024.05.23
29276 에베레스트 등정 신기록 보유 50대 네팔인 셰르파 10일 만에 또· 랭크뉴스 2024.05.23
29275 "꼭 경험해야 할 것"…美 샌프란의 관광명물된 로보택시 랭크뉴스 2024.05.23
29274 대통령실 ‘제2의 직구 논란 막는다’ 첫 당정 정책협의회···효과 있을까 랭크뉴스 2024.05.23
29273 '이민쓰나미' 뉴욕, 보호소 체류자 퇴거 시행…노숙자 양산 우려 랭크뉴스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