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IBS와 국제 공동연구진, 무거운 핵까지 특성 정밀하게 계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운영하는 중이온가속기 '라온'. 핵물리학자들은 핵자의 종류와 비율에 관계 없이 같은 방식으로 특성을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결과는 입자를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라온 실험에 활용될 수 있다./대전=유병훈 기자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와 비율에 따라 원소의 특성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핵의 크기에 따라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거대한 핵에 대한 계산 정확도를 높였다. 입자가속기로 물질을 충돌시켜 새로운 원소를 찾는 연구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송영호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위원과 김영만 IBS 희귀핵연구단 이론그룹리더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원자핵의 결합 에너지와 질량, 전하반지름 등 여러 성질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파동맞춤 함수’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수십 명의 핵물리학자가 참여하는 ‘핵 격자 유효 이론’ 국제 공동 연구진이 주도했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크게 중심에 있는 핵과 주변을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핵은 다시 핵자라고 불리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다. 각 원소는 핵의 핵자 수와 비율에 따라 여러 특성을 나타낸다.

양전하를 띠고 있는 양성자들이 같이 있으면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낸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 양성자 여러 개가 뭉쳐 핵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두 개 이상의 핵자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에 의해 안정된다. 핵물리학자들은 다양한 핵의 성질을 핵력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핵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외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핵자가 수십개 이상 있는 무거운 핵의 결합에너지나 질량, 전하반지름은 기존 계산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슈퍼컴퓨터로 계산하기 어렵고 핵력 이론도 아직 완벽하게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정확성이 높은 여러 개의 계산 모델을 만들어 연구 대상에 따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동함수 맞춤’ 방법론을 개발했다. 원자핵의 양자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를 계산이 쉽도록 변환하는 방식이다. 핵자 2개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정밀하게 측정한 후 여러 개의 핵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적용했다. 3개의 핵자 사이에 작용하는 ‘3체힘’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 계산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방법론을 활용해 핵의 종류에 따라 변수를 조정하지 않고도 핵자가 58개인 니켈의 물리적 특성을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결합에너지, 질량, 전하반지름을 계산해 실험 결과와 비교한 결과, 두 값이 서로 일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원소이지만 중성자 개수가 다른 동위원소에서도 핵자가 24개인 산소-24까지 실험 결과와 같은 결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이용해 중성자가 많은 산소 동위원소의 결합에너지를 계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핵의 다양한 특성을 계산할 수 있게 되면 핵 구조뿐 아니라 핵 반응에 대한 계산과 예측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가동을 앞두고 있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을 이용한 희귀동위원소의 특성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파동함수 맞춤 방법론은 기존에 불가능했던 무거운 핵의 이론적 계산‧예측을 가능케 했다”며 “핵의 결합에너지, 질량, 전하반지름, 핵물질 포화상태 등 다양한 성질들을 모두 잘 설명할 수 있는 핵력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그룹리더는 “국내 연구자가 참여한 핵물리학 이론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공동 연구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10.1038/s41586-024-07422-z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192 [지방소멸 경고등] 그 많던 '5월의 신부'는 어디에…쇠락한 광주 웨딩의 거리 랭크뉴스 2024.05.18
27191 5ㆍ18민주화운동 44주년…이 시각 국립5ㆍ18민주묘지 랭크뉴스 2024.05.18
27190 “국과수 ‘김호중 사고 전 음주’…소변 감정 결과 통보” 랭크뉴스 2024.05.18
27189 '완전 이별 조건 120만원' 받고도 10대 여친 스토킹·폭행 20대 랭크뉴스 2024.05.18
27188 두 돌 아이가 1분 사이 사라졌다… 43년의 기다림 "살아만 있어다오" 랭크뉴스 2024.05.18
27187 워싱턴 중심에 한국 작가의 ‘전복적’ 기념비…K미술, 미 대륙을 홀리다 랭크뉴스 2024.05.18
27186 코드네임 '문로드'…'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 위해 국정원, 은밀히 움직였다 랭크뉴스 2024.05.18
27185 여성 대상 범죄 계속되는데…살인자 ‘그녀’의 악마성만 부각[위근우의 리플레이] 랭크뉴스 2024.05.18
27184 ‘텐프로’ 룸살롱 간 김호중…“술 마시던데” 진술 확보 랭크뉴스 2024.05.18
27183 美뉴욕증시 다우지수 4만선 마감…‘역대 최고’ 기록썼다 랭크뉴스 2024.05.18
27182 美 다우지수 첫 40,000선 돌파 마감…금값도 2천400달러대로(종합) 랭크뉴스 2024.05.18
27181 [사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공수처장 후보 랭크뉴스 2024.05.18
27180 유족 "딸 시신 부패하는데"…거제폭행男 35일 지나 영장 왜 [사건추적] 랭크뉴스 2024.05.18
27179 文 "한·미훈련 중단, 美 싱가포르 선언에 명문화했어야" [文 회고록] 랭크뉴스 2024.05.18
27178 ‘블랙페이퍼’에서 ‘검은 반도체’로…김은 어떻게 금(金)이 되었나 랭크뉴스 2024.05.18
27177 '명심' 秋 탈락 이변에... '이재명 연임' 목소리 더 커진 민주당 랭크뉴스 2024.05.18
27176 [이성엽의 테크프론티어]AI산업 근간 흔드는 ‘데이터법’ 판결 랭크뉴스 2024.05.18
27175 전두환 생가에 ‘영웅적인 대통령’ 황당한 팻말에…합천군 “철거 조치” 랭크뉴스 2024.05.18
27174 [단독] 청담동 교회 목사의 두 얼굴... 수십억대 '투자사기' 혐의 입건 랭크뉴스 2024.05.18
27173 [오늘의날씨] 경상권 내륙 낮 기온 30도…"큰 일교차 주의해야" 랭크뉴스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