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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 사이에 숨은 바이러스 찾아 DNA 두 곳 잘라

미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가위로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는 쥐 실험에 성공했다. 몸속 바이러스를 없앨 뿐 아니라 몸밖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도 대폭 줄였다. 사진은 헤르페스바이러스의 모습을 그린 그림./위키미디어


미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가위로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몸속 바이러스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몸 밖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의 양도 대폭 줄었다.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연구진은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감염된 쥐에게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가 최소 90% 사라졌다”고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헤르페스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입 주변(1형)이나 성기(2형)에 물집이 생긴다. 한번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증상을 일으킨다. 기존 치료제로는 신경절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까지 없애지 못해 완치가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50세 미만 인구 중 약 37억 명(67%)이 헤르페스바이러스 1형에 감염됐다. 키스만으로도 쉽게 전염되는 탓이다.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이다. 연구진은 인체에 해가 아데노바이러스에 헤르페스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 2곳을 끊어내는 효소를 넣은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얼굴과 생식기에 물집이 나타난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쥐에게 유전자 가위를 투여하자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 90~97% 사라졌다.

마르틴 오베르(Martine Auvert) 프레드허친슨 암센터 수석연구원은 “바이러스의 DNA를 두 곳만 잘라도 스스로 복구할 수 없다”며 “이후 우리 몸이 손상된 바이러스를 이물질로 인식해 없앤다”고 설명했다.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연구진은 몸 안에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몸 밖으로 나오는 바이러스의 양도 48%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감염자가 다른 사람과 키스나 성관계를 해도 헤르페스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낮아지는 셈이다. 키이스 제롬(Keith Jerome) 프레드허친슨 암센터 백신·전염병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사람들이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염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앞서 연구진은 2020년 이미 바이러스 벡터(유전자 전달체) 3개와 절단 효소 2개를 이용한 헤르페스바이러스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데노바이러스 하나와 효소 1개만 이용해 유전자 가위를 완성했다. 유전자 가위를 만들기가 단순하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뿐 아니라, 투약 용량이 적어 간이나 신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성기에 주로 감염되는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 2형에 대한 유전자 가위도 개발하고 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volum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7940-y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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