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988년 준공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전용면적 61㎡는 지난달 29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이뤄진 직전 거래(6억3000만원)보다 4000만원이 떨어졌다. 부동산 호황기인 2021년 9월 신고가(8억원)를 경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4년만에 2억원 넘게 떨어졌다.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착공 전 마지막 능선을 넘은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전용면적 82㎡는 최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신고가(21억원)에서 26%가 떨어진 것이다. 설계변경이 예상되며 공사비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한때 ‘몸테크’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서울 구축 아파트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재건축 규제완화 속도전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고금리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 원가가 급등하면서, 집값 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연령(준공연한)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3월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 지수는 93.1로, 전달보다 0.08% 떨어졌다. 나머지 5년 이하(94.4), 5년초과~10년 이하(95), 10년초과~15년이하(96.5), 15년 초과~20년이하(94.3) 아파트가 0.03~0.07% 상승한 것과 달리 ‘나홀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구축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포함된 동북권의 하락폭이 -0.13%로 가장 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있는 동남권(-0.03%)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비롯한 일부 고가 재건축 단지들에서 최근 신고가 거래가 간간히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 준공연한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1년까지만 해도 헌집 가격이 새집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금리도 낮았던 데다 공사비 상승도 본격화하기 전이었던 만큼, 큰 돈 들이지 않고 더 큰 새 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2021년 3월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의 전달 대비 집값 상승률은 0.76%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0.28%)를 포함한 다른 구간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미국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는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급감했다.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크게 오르고, 조합과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도 흔한 일이 됐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전용 31㎡ 기준으로 가구당 5억원의 분담금을 통보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분담금은 해당 단지 시세(4억6000만원)보다 높다.

향후 2~3년간 서울의 신축아파트 공급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섰다. 2022년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대폭 낮춘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준공 뒤 30년이 지난 노후 안전주택은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일단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재건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대신 수요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10년 이내 준신축으로 쏠리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오는데, 지금은 이러한 기대감이 대폭 사라졌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새 집에 살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앳부동산] 극한으로 치닫는 공사비 갈등… 해법 찾기 왜 어렵나연초부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실질적으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최근 2~3년간 치...https://www.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204060000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826 "당원 개무시" "잔수박 남았다"…추미애 낙선이 부른 친명 분노 랭크뉴스 2024.05.18
22825 착한 ‘스크린 독점’은 없다…‘범죄도시 4’ 1000만 진기록 논란 랭크뉴스 2024.05.18
22824 이재명, 5·18 기념일에 “어떤 권력도 국민과 진실 못 이겨” 랭크뉴스 2024.05.18
22823 국민의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위해 나서겠다” 랭크뉴스 2024.05.18
22822 여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한목소리 약속 랭크뉴스 2024.05.18
22821 [속보] 尹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대한민국 있다"… 5·18 기념식 3년 연속 참석 랭크뉴스 2024.05.18
22820 한미 놓치고 그룹 순위 밀리고…갈 길 먼 ‘이우현 체제’ 랭크뉴스 2024.05.18
22819 뉴진스 멤버 5명 법원에 탄원서…민희진 측에 힘 실은 듯 랭크뉴스 2024.05.18
22818 경찰, '뺑소니 김호중' 방문 고급 유흥주점 새벽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4.05.18
22817 [주간코인시황] 물가지표 완화에 되살아난 비트코인… ETF 투자도 급증 랭크뉴스 2024.05.18
22816 [속보] 尹 "정치적 자유 확장됐어도 많은 국민 경제적 자유 못 누려" 랭크뉴스 2024.05.18
22815 김호중, 국과수 소변 검사서 “음주” 소견…“술잔에 입만 대고 운전했다”더니 랭크뉴스 2024.05.18
22814 미국 다우지수 첫 40,000선 돌파 마감…금값도 상승 랭크뉴스 2024.05.18
22813 법원도 터는 ‘북한 해킹’, “지금도 진행 중” [탈탈털털] 랭크뉴스 2024.05.18
22812 “‘연봉 2억6천’에도 의사 없어요”…야간진료 멈춘 병원 랭크뉴스 2024.05.18
22811 구광모가 스타트 끊었다…삼성·SK도 하반기 전략 점검 돌입 랭크뉴스 2024.05.18
22810 한국인 기대수명 선진국 중에 ‘최상위권’…2050년 남성 71.1세 여성 80.5세 랭크뉴스 2024.05.18
22809 美 “위장 취업한 北 노동자 제보하면 67억 포상” 랭크뉴스 2024.05.18
22808 국과수 '김호중 사고 전 음주' 판단‥경찰 유흥업소 압수수색도 랭크뉴스 2024.05.18
22807 “웹툰 원작 드라마도 인기”… 만화 종주국 日 장악한 K-웹툰 랭크뉴스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