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일본 총무성의 ‘부당한 개입’으로 발생한 ‘라인 사태’에 대해 뒤늦게 “우리 국민과 기업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내놓는 ‘궤변’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본도 자본 관계를 수정하라는 등의 그릇된 요구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3일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라인 관련 사태에 대해 네이버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수방관하다 여론에 떠밀려 이제서야 겨우 원칙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라도 이런 입장을 밝힌 건 그나마 다행이다.

라인 사태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한국의 선의’에 냉담하게 반응해온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자국의 중요 ‘사회 인프라’로 자리잡은 라인으로부터 한국 자본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일으킨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안전관리조치 강화’뿐 아니라 ‘자본적 지배를 상당 부분 받고 있는 네이버와의 관계 수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며 제시한 논리는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자본관계상 ‘갑’인 네이버에 업무를 맡기면 ‘을’인 라인야후가 철저히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껏 라인을 만들고 키워온 네이버를 ‘못 믿겠다’는 괴이한 논리여서 한-일 투자협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다시 “경영권의 시점에서 자본의 수정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에 대한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50 대 50이다. 자본 변동이 이뤄지면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논리가 궁색해지자 궤변에 궤변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에는 지금껏 계속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태가 불거진 지 두달이 될 때까지 정부는 아무 말도 않다가, 이제야 겨우 선언적 입장 표명에 나섰다. 이런 의구심을 갖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정부는 여론무마용 대처가 아닌, 실질적 대응에 나서길 바란다. 우리 기업을 압박하는 일본의 부당조처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향후 정상적인 한-일 관계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일본도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무리한 요구를 접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946 힘 쓰는 로마 검투사들이 고기 못 먹고 콩으로 연명한 까닭은 랭크뉴스 2024.05.18
22945 고현정 "둘이지만 혼자였던 시간" 日 도쿄 신혼생활 고백 랭크뉴스 2024.05.18
22944 ‘쟁점 법안’ 처리 앞두고 여야 난투극, 6명 병원행…韓과 비슷한 이나라 어디? 랭크뉴스 2024.05.18
22943 신월성 2호기 자동 정지, 방사선 안전 문제 없어 랭크뉴스 2024.05.18
22942 휴가 간 호텔에 압수수색이 들어온다면? 랭크뉴스 2024.05.18
22941 “경제안개 짙어져”… 한은, 11차례 연속 금리 동결하나 랭크뉴스 2024.05.18
22940 고현정 "둘이지만 혼자였던 시간" 日 도쿄 신혼생활 회상 랭크뉴스 2024.05.18
22939 유승민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무식한 정책” 랭크뉴스 2024.05.18
22938 “부실 감추려 한밤 중에 계단 깎아내”…분통 터진 대구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랭크뉴스 2024.05.18
22937 젤렌스키, '올림픽 휴전' 제안에 "러시아만 유리" 거부 랭크뉴스 2024.05.18
22936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 빠진 기념사…윤 “잘 챙겨보겠다” 답변만 랭크뉴스 2024.05.18
22935 반려견과 함께 절에서 도 닦는다…생각만 해도 행복한 ‘댕플스테이’ 어디서? 랭크뉴스 2024.05.18
22934 문 열리고 8초 만에 "탕탕탕"…'LA 한인 총격' 경찰 보디캠 공개 랭크뉴스 2024.05.18
22933 피식대학이 혹평한 백반집 사장 "밥 준 내 잘못, 연락도 없다" 랭크뉴스 2024.05.18
22932 3년 연속 5·18기념식 찾은 尹, 정치자유 넘어 경제자유 강조(종합2보) 랭크뉴스 2024.05.18
22931 젤렌스키 “파리 올림픽 휴전 없다... 러시아에만 유리한 일” 랭크뉴스 2024.05.18
22930 법원 “5·18 국가 불법행위 이후 44년 동안 정신적 손해배상 지연”…위자료 2000만원 판결 랭크뉴스 2024.05.18
22929 메밀값 21% 내려도, 평양냉면 1만5000원…그틈 파고든 집냉면 랭크뉴스 2024.05.18
22928 취업 나선 대학생 10명중 3명 “성희롱 겪어”…韓 아닌 ‘이 나라’였다 랭크뉴스 2024.05.18
22927 5·18 기념식 찾은 조국 “전두환 이름 딴 공원 납득 안돼…대책 세울 것” 랭크뉴스 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