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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외국인 학생 축제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대학이 본격적 축제 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아이돌 섭외 잔치’가 된 축제 운영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재학생에게만 지급되는 입장 팔찌가 온라인에서 비싼 값에 되팔리거나, 입장 규칙을 어긴 외부인과 재학생 간 갈등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주 축제를 마친 여러 학교에서 재학생들에게 나눠준 축제 입장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되파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축제를 마친 한국외대에서는 외부인에게 학생증을 양도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외대 재학생 김모(19)씨는 “재학생과 외부인이 입장하는 줄과 시간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외부인에게 학생증을 양도하는 일이 많았다. 예전부터 말이 많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입장권을 되파는 일도 벌어진다. 인천대 관계자에 따르면 축제 첫날인 지난 7일 전후로 재학생에게 제공된 입장 팔찌가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 약 10만원에 팔렸다. 축제 첫날 출연했던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와 크래비티 팬들이 팔찌를 대거 구매해 축제를 며칠 앞두고 팔찌 가격이 훌쩍 뛰었다.

외부인들이 입장 규칙을 지키지 않아 재학생과 마찰이 생기는 일도 빚어졌다. 인천대 측은 축제 시작 전부터 대포카메라, 하이힐, 간이 의자 등 공연에 방해되는 물품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와 관객 시야를 가리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억대에 달하는 아이돌 섭외에 대해 재학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시내 대학교의 축제 비용은 평균 약 1억~2억원에 달한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납부한 학생회비, 졸업생 및 학교 인근 상인 등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최근에는 아이돌 섭외가 축제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학교 측이 공연 전문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기도 한다.

지난 2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서울대 봄 행사 용역 공고문에는 폐막제 초청 가수 사항에서 ‘최정상급 가수 1팀 이상 섭외 필수’ 내용이 포함됐다. 가수 예시로 뉴진스, 잇지,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브 등이 꼽혔다. 3월 게재된 경희대학교 봄 행사 용역 공고문에는 입찰 조건으로 정상급 힙합 가수 1팀, 최정상급 아이돌 1팀, 정상급 밴드 가수 1팀, 최정상급 가수 1팀, 정상급 아이돌 1팀 등이 언급됐다.

일부 학생들은 아이돌 섭외가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 학생 호응을 끌어낸다며 호의적인 입장이다. 외대 재학생 김유진(20)씨는 “아이돌이 출연하면 외부인이 볼 때 ‘이 학교 괜찮다’라고 생각할 것이고, 재학생들도 ‘우리 학교 이 정도 연예인 부를 수 있는 정도 된다’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재학생 김모(20)씨는 “외부인도 가수를 보러 보러오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부수적으로 학교도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잔디밭에서 '북 피크닉'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아이돌 섭외보다는 학교의 특색을 살린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재학생 임다혜(25)씨는 “학생들이 즐기는 행사이므로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지역민과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상생의 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주이동(20)씨는 “연예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아이돌 무대보다 재학생 부스가 더 재밌었다. 대학생다운 활력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가 기성문화를 표방하고 모방하기보다는 청년들이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대학 축제는 대학생들이 주류문화 다른 하위문화와 저항문화를 누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면서 “대학 축제는 청년들만의 정신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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