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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유죄’ 판단에 문신사 격앙
배심원 “유무죄 떠나 법령 재개정 공감”
대한문신중앙회가 지난 9일 대구지법 앞에서 “의사도, 판사도 눈썹 문신 내가 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에 대한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홍준표 시장한테 한테 물어봐. 눈썹 문신 누구한테 받았는지.”

14일 저녁 8시. 대구지법 본관 앞에서 “아”하는 탄식과 함께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리가 눈썹 문신해준 사람 중에는 판사도 의사도 있어. 그 사람들도 공범이야?”

이틀에 걸쳐 대구지법에서 열린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4대 3’으로 유죄 평결이 내려진 직후였다.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어재원)는 이날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기소된 권아무개(24)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권씨에게 선고했다. 권씨는 2020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대구 중구에서 뷰티샵을 운영하면서 의료인이 아닌데도 영리를 목적으로 손님들에게 눈썹 문신 시술을 하고 돈을 받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는 최후 진술에서 “배심원분들의 판단에 전국의 문신사 35만명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유죄 선고 뒤 재판정을 나서며 끝내 눈물을 보인 권씨는 “많은 동료 문신사들이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터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눈썹 문신이 여성뿐 아니라 중년 남성층에까지 확산되면서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급기야 지난 2022년 불법 시술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권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권씨가 처음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괜스레 일을 키울까 싶어 두려웠다”다고 했다. 시민 배심원들의 뜻을 물어보자고 한 건 재판부였다. 권씨는 감정을 추스른 뒤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배심원 세 분이 무죄라고 말씀해주셔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봤다. 항소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대구지법 본관 로비에서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규현 기자

이번 재판 쟁점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눈썹 문신 시술이 의료법에서 정하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 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최근 청주지법(2022), 부산지법(2023) 등 일부 하급심에서 사회적 인식 변화를 고려해 문신 시술 행위가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재판에 걸린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에서는 문신사 면허, 위생관리 의무 등 담은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배심원들은 최종 견해를 정리하기 전 2시간에 걸쳐 숙의를 거듭했다. 재판부는 “눈썹 문신 시술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이 주요했던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며 “눈썹 문신은 시술, 처치 등 과정에서 부주의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의료인이 아니면) 부작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점 등으로 보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유무죄 판결을 떠나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배심원 모두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문신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은 만큼, 국민이 더 안전하게 문신을 받고, 문신사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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