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겨레, 수사단 보도자료 전문 입수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2기 성과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안보실, 수사보고서 거절 뒤 “보도자료라도…”

14일 한겨레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의 개괄적인 결론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담긴 미공개 ‘언론브리핑 자료’(보도자료) 전문을 입수했다. 이 보도자료는 ‘브이아이피(VIP) 격노’ 직전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전달된 유일한 문건이다. 대통령실은 이 문건을 받기 위해 해병대 쪽에 여러차례 부탁했는데, 이는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수사 공식 보고 라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방증하기도 한다. 브이아이피 격노 이후 이어진 대통령실의 개입 역시 권한 남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자료는 ‘채 상병 익사 사고 수사 경과 및 사건 처리 관련 설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포함된 8쪽짜리 문서로, 지난해 7월31일 예정됐던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문서는 △익사사고 발생 경위 △익사사고 수사 경과(안전장구 미휴대 경위, 채 상병 입수 경위) △예상 질의로 구성됐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임성근 전 사단장 포함 8명을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성근 사단장 과실’ 판단 내용 담겨

해당 문서는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해 7월30일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대통령실 소속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출신 김아무개 대령이 수사단 쪽에 자료를 요청해왔고, 수사단 관계자가 김 대령에게 자료를 보냈다. 이 자료는 이튿날 아침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소속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전달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 열린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뤄진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보고’ 역시 이 문서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라고 격노했고, 이런 사실이 이 전 장관에게 전달된 뒤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이 취소되고 이첩 중단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뼈대다.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고 하면 안 된다” 당부

대통령실이 이 문서를 받기 위해 해병대 쪽에 지시가 아닌 부탁을 거듭한 점, 문서를 받은 사실을 감추려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자료 요구 등 개입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령은 언론브리핑 자료를 보내준 해병대수사단 관계자에게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이야기 하면 안 된다”고 답장을 보냈다.

문서 입수를 위한 부탁도 수차례 이어졌다. 김 대령은 지난해 7월28일부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건 관련) 제공 가능한 자료가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사자료 보안이 철저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김 대령은 박정훈 대령에게 “안보실장님이 보고 싶어 한다”며 직접 수사보고서를 달라고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결국 같은 날 저녁 6시34분, 박 대령은 ‘안보실이 거듭 요청하니 수사 보고서를 보낼 수 없으면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줘라’라는 김 사령관 지시를 받고 김 대령에게 이 문서를 보냈다.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 7조는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해병대수사단은 대통령실 자료 요청을 무시했고, 대통령실도 수사단의 이런 판단을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쪽 김정민 변호사는 “언론브리핑 자료를 보내면서도 보안을 당부했던 걸 보면, 자료 요구 행위 자체가 부적절했음을 인식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병대수사단이 대통령실에 전달한 자료는 순직 사건 발생 초기 1장짜리 수사계획서와 이 문서가 전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357 "사고날 뻔" 대낮 스쿨존서 어린이통학차량 음주 운전자 적발 랭크뉴스 2024.05.08
23356 ‘병력난’ 우크라, 수감자도 징집한다…“중범죄자는 제외” 랭크뉴스 2024.05.08
23355 [단독] 아크로비스타에서 나온 책‥샤넬 화장품·위스키도 수사할까? 랭크뉴스 2024.05.08
23354 정부, ‘KF-21 분담금 3분의 1만 납부’ 인니 요구 수용할 듯 랭크뉴스 2024.05.08
23353 진짜 머리 두 개 독사네…"실물에 깜짝" 전문가도 놀란 희귀 뱀 랭크뉴스 2024.05.08
23352 여 원내대표 ‘3색 각오’…“중도확장” “민생·정책” “민심회복” 랭크뉴스 2024.05.09
23351 한동훈 전대 출마설 직격…이철규 “선거결과 책임감에 욕망 접어” 랭크뉴스 2024.05.09
23350 마동석·다이소 때문에 다 망한 줄 알았는데…황금연휴에 '대박'난 '이 곳' 랭크뉴스 2024.05.09
23349 “17년 기다렸는데 얼마나 더 미루나”…남은 21일 내 ‘연금개혁 입법’ 촉구 랭크뉴스 2024.05.09
23348 "도망 우려" 중학교 동창 여친 살해한 20대 의대생 구속 랭크뉴스 2024.05.09
23347 "검사인지 깡패인지"‥"허위사실" 법적 대응 랭크뉴스 2024.05.09
23346 탄핵심판 이정섭 검사 쪽 ‘처남댁’ 조국당 대변인 증인채택 반대 랭크뉴스 2024.05.09
23345 [사설] 재원 대책도 없이 이재명표 ‘기본사회’ 띄우는 巨野 랭크뉴스 2024.05.09
23344 단백질과 모든 생체분자 상호작용 예측하는 AI 나왔다… “신약 개발 활로 열어” 랭크뉴스 2024.05.09
23343 EU, 러 동결자산서 나온 4조 수익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 랭크뉴스 2024.05.09
23342 '김미영 팀장' 원조 보이스피싱 총책 필리핀서 탈옥 랭크뉴스 2024.05.09
23341 주차 시비 이웃 살해한 70대…길이 101㎝ 일본도 휘둘렀다 랭크뉴스 2024.05.09
23340 김건희 여사에 명품가방 건넨 최재영 목사... 조사일정 조율 중 랭크뉴스 2024.05.09
23339 [사설] 尹 리더십 기로,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모든 의혹 진솔하게 밝혀야 랭크뉴스 2024.05.09
23338 쿠팡, 1분기 매출 ‘역대 최대’ 찍고도 적자 전환 랭크뉴스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