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찬대 원내대표가 띄운 '종부세 폐지'
이틀 만에 수습… 부동산 트라우마 작용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주워담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년 전 민주당 대선 공약이었던 '종부세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 존재하지만, 기껏 공론장에 오른 화두를 논의조차 못한 채 해프닝으로 간주하면서다. 부동산 의제가 민주당에 미치는 파급력도 작용했지만, 친이재명(친명)계의 '실용 노선'이 서민층 보호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민주당의 '가치'와 충돌한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용으로 주택 한 채를 보유했더라도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당 내부에서는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이틀만인 지난 10일 정책 현안 간담회를 열고 "원내대표가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와 관련해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있어서 그 부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톤을 낮췄다.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의제를 꺼낸 감이 있지만, 실제 당내에선 종부세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이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투기 목적이 아닌 다주택은 종부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종부세 완화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런 내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진화부터 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부동산으로 정권을 내준 후 당내에서 부동산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괜히 건드렸다가 역풍이 커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민주당은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나 반성문을 내놓지 않았다. 이달 말 있을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부동산은 원 구성이나 채 상병 특별검사법 등 현안들에 밀려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4·10 총선을 통해 당을 장악한 이 대표의 실용 노선이 앞으로 민주당이 내세웠던 기존 가치와 충돌할 지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3년 뒤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표와 친명계 인사들은 부동산을 최대 승부처로 주목하고 "종부세 완화 등 중도층을 사로잡을 실용 노선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진 정책위의장이 이날 MBC라디오에서 "우선순위를 가려본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45%가 무주택자"라고 말한 것처럼, 종부세 완화를 일종의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종부세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계속 가져가야 할 문제"라며 "종부세 폐지 문제는 다음 대선 전에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669 푸틴 “시진핑과 ‘올림픽 휴전’ 논의···하르키우 점령 계획은 없어” 랭크뉴스 2024.05.17
22668 ‘강남역 살인사건’ 8년 만에 또…“더는 누구도 잃을 수 없다” 랭크뉴스 2024.05.17
22667 연이은 ‘차량 돌진’에 보행자 날벼락…비상제동장치 지원해야 랭크뉴스 2024.05.17
22666 김정숙 여사 단골 의상실 자녀 출국정지…文 전 사위 특혜채용 인사도 소환 랭크뉴스 2024.05.17
22665 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전주’ 방조 혐의 추가 랭크뉴스 2024.05.17
22664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 5·18 전야제 현장 랭크뉴스 2024.05.17
22663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뽑혔다고 탈당 행렬…민주당 후폭풍 랭크뉴스 2024.05.17
22662 예타에만 3년 걸린다고? 이젠 옛말…과학계 “환영” 랭크뉴스 2024.05.17
22661 김호중 대신 '거짓 자수' 매니저, '은폐 의혹' 소속사 대표도 입건 랭크뉴스 2024.05.17
22660 '강남역 살인' 8년…"누구도 잃지 않는 사회 만들자" 랭크뉴스 2024.05.17
22659 "서민 음식 아니네~" 평양냉면 한 그릇 1만 6천 원 시대 랭크뉴스 2024.05.17
22658 법원, ‘대통령실 진입 시도’ 대진연 간부 4명 구속영장 기각 랭크뉴스 2024.05.17
22657 ‘워크아웃’ 태영건설, 최대 규모 마곡사업장에 3700억원 투입하기로 랭크뉴스 2024.05.17
22656 압수수색 했지만 메모리카드 못 찾아‥김호중 소속사는 '전관 변호사' 선임 랭크뉴스 2024.05.17
22655 "전직 학폭러가 만들었냐"…교사들 화나게 한 '배달앱 광고' 뭐길래 랭크뉴스 2024.05.17
22654 “몸이 반응했어요”… 터널서 고장차 밀어주고 떠난 환경미화원들 랭크뉴스 2024.05.17
22653 美 FDA '간암 신약' 퇴짜…HLB, 신뢰 흔들 랭크뉴스 2024.05.17
22652 [단독] 김호중 들렀던 유흥주점에 유명 가수 동석 확인…핵심 참고인될 듯 랭크뉴스 2024.05.17
22651 푸틴 “시진핑과 ‘올림픽 휴전’ 논의했다” 랭크뉴스 2024.05.17
22650 푸틴 “파리올림픽 휴전 시진핑과 논의했다” 랭크뉴스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