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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앞에서 지난 9일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눈썹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무죄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 국민 배심원들은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4·미용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문신 시술을 두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일반 국민 7명으로 구성한 배심원단 중 4명은 A씨에 대해 유죄 의견을, 3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에 따라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다”면서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해석과 증인들의 진술,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단 등을 근거로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시술사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피고인 희망에 따라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유죄로 평결한 점, 국내의 법 제개정 진행 상황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는 2020년 9월21일부터 지난해 5월25일까지 대구 중구 한 피부미용업소에서 간이침대·문신시술용 기기·색소·마취크림 등을 갖추고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시술을 받기 위해 방문한 불특정 손님들에게 1회 당 13만~14만원을 받고 419회에 걸쳐 시술을 해 5164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고인의 눈썹 문신 시술 기간과 수익 등을 고려해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형을 구형했다.

구형에 앞서 검찰은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이며,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포함돼 누구나 자유롭게 문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현행 법규와 기존 판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검찰 측은 “공중위생관리법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로 인정한다”면서 “피고인 외에도 많은 사람이 관련법 위반으로 기소돼 처벌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공중위생관리법은 ‘미용업자가 문신 등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한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은 미용업자가 점빼기·귓볼뚫기·쌍꺼풀수술·문신·박피술 그 밖의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의료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역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 및 벌금형 등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시술한 눈썹 문신 행위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의료행위, 즉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신체나 공중위생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와 공중위생관리법에서 금지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에 있었다.

적법성을 주장하는 문신 시술사들은 최근 변화한 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을 들고 있다. A씨 역시 “반영구 화장 문신은 보편화됐고,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는 인식은 지금의 사회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최후 변론에서 A씨 변호인은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면서 “대법원의 주류 판결 이후 3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 진찰과 치료를 위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문신을 의료 행위로 보고 위험성이 있다고 봐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도 변론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봤을 때 문신을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거나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문신이 무조건 의료행위라고 해서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문신을 독립적으로 법을 만들어서 관리하고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선 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사람들은 눈썹을 예쁘게 잘 그려주는 사람에게 (시술을)받고 싶어 한다”면서 “의료인·비의료인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1992년 5월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결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처벌해왔다. 2004년과 2007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도 최근까지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의료행위를 해석하면서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 행위를 하도록 허용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에 따라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문신 시술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 또는 미용업자의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법 위반 내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10월 청주지법과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등 최근 일부 하급심들은 이와 엇갈리는 판결도 내놓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문신 시술 행위를 양성화하기 위한 ‘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 등의 제정안 또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문신·반영구화장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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