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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주호민 사건 이후 학교는

몰래녹음 증거 채택에 화들짝
“소송에 연루될라” 교사들 불안

스승의 날이 다가왔지만 많은 교사들은 반복되는 교권침해 앞에서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 교권침해 사례가 잇따라 터지면서 정부와 국회는 앞다퉈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교사들은 언제든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며 교단에 선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학부모의 말을 녹음한다’는 교사들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특수학교에서 3년째 근무하는 A씨는 14일 “지난해 이후 아이들 가방을 보면 당연히 녹음기가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몰래 녹음’ 논란이 일었다.

A씨가 소속된 학교는 최근 교내에 녹음뿐 아니라 녹화까지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학부모가 면담을 요청하면 교사들은 이 공간에서만 상담을 진행한다.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가 마치 수사기관처럼 변한 셈이다. A씨는 “교사나 학교도 맞대응하려면 학부모 말을 녹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을 계기로 ‘교권보호 4법’이 마련됐지만 교사들은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학생을 지도한 교사는 무분별하게 학대 명목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미완의 입법’이라는 평가가 많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일부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받아들이면 교사가 아동복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선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5건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될 상황에 놓여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민모(33)씨는 “법 제정 후에도 극단적인 교권침해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학부모가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고소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업 중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분리 지도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 고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리 지도를 할 만한 공간이나 인력을 갖춘 학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부장 나모(45)씨는 “분리 지도를 하려면 다른 업무 중인 동료 교사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민폐를 끼치는 것처럼 인식돼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중학교 교장 김모씨도 “교사 인력은 줄이면서 분리 지도는 누구에게 맡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은 학부모를 향한 불신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수교사 A씨는 "언제든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교사와 학부모는 한 팀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학생이 학교에서 다치면 교사에게 왜 화를 내나. 교사가 뛰어다니라고 지도했겠느냐"며 "교육 주체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니 불신만 가득하고 교사들 사기는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38년차 교사 김모씨는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겨루기보다는 아이를 위해 양보하며 서로를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추가적인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교사 박모(29)씨는 "수업 결손 문제 탓에 심리치료를 받기 어려워하는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학부모가 민원 관련 매뉴얼을 더 숙지할 수 있는 방안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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