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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나흘 전 숨지고 장기 기증으로 4명에 새 생명
온라인·학교에 추모 공간 마련…생전 사진과 추모 메시지 가득
동료 교사 "늘 학생 위하고 교사와 격의 없이 소통하던 분" 추모


무주고 강당에 마련된 추모 공간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스승의 날(15일)을 닷새 앞둔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전북 무주고등학교의 고(故) 이영주 교감.

그가 장기기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추모 공간에 이 교감을 그리워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주고는 이 교감의 장례가 시작된 지난 11일 온라인에 별도의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동료 교사와 학생들은 이 교감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곳에 그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 등을 올렸다.

이 온라인 공간은 현재 수십장의 사진과 메시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 속 이 교감은 학생들과 함께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따로 시간을 내 학생들과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고 등산, 배구를 즐길 정도로 늘 학생 곁에 있었다고 한다.

이 교감의 제자들이 적은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제자는 "선생님을 2017년에 만났고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성장했습니다. 찾아갈 때마다 매번 밥을 사주시던 선생님. 이번 스승의 날에는 제가 대접하고 싶었는데…"라고 적었다.

다른 제자는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항상 무주 어디엔가에 계실 줄 알고 만남을 미뤄왔나 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책했다.

무주고 강당에도 장례 기간인 지난 11∼13일 별도의 추모 공간이 마련됐었다.

학생들은 이 교감의 영정 아래 국화꽃 한송이씩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영정 옆으로는 근조화환과 함께 이 교감의 생전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날 무주고 학생들은 물론 장성한 제자들이 멀리서까지 찾아와 이 교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한다.

박용규 무주고 교장은 "평소 학생들을 너무도 아끼던 선생님이었다"며 "이 교감의 제자들이 학교 강당을 가득 메우듯 했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감 온라인 추모 공간
[인터넷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동료 교사도 이 교감을 "격의 없이 소통하던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강문순 무주고 교사는 "가정과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돌봤다"며 "학생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교사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조용히 애쓰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매년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누군지 직접 조사, 기록하고 그런 학생들과 지속해서 만났다"며 "교감이라고 해서 권위적이지도 않고 늘 교사들의 말을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감의 장례가 지난 13일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그의 휴대전화로 제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하고 있다.

한 제자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선생님 덕분에 졸업할 수 있었는데 그간 못 뵀던 게 너무 한이 됩니다. 제 담임 선생님 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 교사는 "월요일 아침이 밝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빈 자리가 큽니다. 오늘도 선생님이 그립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교감의 아내 김선주(56)씨는 "아직도 휴대전화로 남편을 그리워하는 많은 분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장례식장에는 첫 제자부터 현재 무주고 학생들까지 참 많이도 찾아와 슬퍼해 줬다"고 말했다.

35년 2개월간 교편을 잡은 이 교감은 지난 7일 오전 급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날 유달리 몸이 좋지 않았던 이 교감은 아내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가던 중 목을 축 늘어뜨렸다.

놀란 아내는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는 도내 한 대학병원으로 이 교감을 급히 옮겼다.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갔으나 이 교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황망함도 잠시, 가족은 이튿날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장기기증 절차를 밟았다.

평소 남을 위해 장기기증, 시신 기증을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를 받든 결정이었다.

지난 10일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이 이뤄졌고 이 교감은 심장, 간장, 신장 등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린 뒤 영면에 들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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