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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설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노동법원은 노동계는 물론 사법부 내에서도 대체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발언이 갑작스러운데다,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도 그동안 제기된 사유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노동 형법을 위반해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체불임금이나 노동자들의 피해, 또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지게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노동자는 이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아내야 하는데, 노동법원에서 한번에 처리하자는 것이다. 현재도 일부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형사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재판부에 신청을 하면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배상을 명령하는 ‘배상명령 제도’가 존재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를 고려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법원에서 이를 구현하면 임금체불 구제의 ‘신속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사업주의 임금체불 사실이 법원에서 ‘형사’적으로 확인된 뒤에야 체불임금 지급이 가능해지는데, 이 경우 고용노동부의 수사,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이날 한겨레에 “체불임금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서는 과태료·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를 포함한 다층적 제도 설계가 필요한 것이지 노동법원 설치가 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원트랙 구제’는 그동안 논의된 노동법원 설치 필요성의 근거와도 차이가 있다. 노동위원회(지방·중앙)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등 판정에 불복해 법원(행정·고등·대법원)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5심제에 해당해, 구제 절차가 지연된다는 것이 주로 거론되던 이유였다. 노사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노동자·사용자가 사건 심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노동 사건을 오래 다뤄온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노동법원을 만들어두면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형사 사건까지 노동법원에서 처리하면 이에 대응하는 검찰청도 설치돼야 해서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 제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발언 취지대로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현재 노동부 소속인 노동위원회의 심판 기능을 노동법원으로 조정할지 검토해야 하고, 직업 법관 1명과 사용자·노동자 쪽 명예법관이 재판에 참여하는 독일식 노동법원을 도입하려면 개헌까지 검토해야 한다. 헌법이 국민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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