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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최제우·전경민이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힙합 듀오 ‘맨스티어’는 갱스터 래퍼를 콘셉트로 한국 힙합을 풍자한다. 유튜브 ‘뷰티풀 너드’ 캡처


한국 힙합씬이 난리법석이다. 힙합 듀오 ‘맨스티어’ 때문이다. 이들이 지난 2월 발표한 곡 ‘AK47’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하루만에 100만회, 현재는 1000만회에 달한다. 음원은 멜론 최신 차트 1위에 올랐다. 코미디언 최제우와 전경민은 유튜브 채널 ‘뷰티풀 너드’에서 ‘케이셉 라마’와 ‘포이즌 머쉬룸’이라는 래퍼 캐릭터로 변신해 ‘맨스티어’를 결성했다. 맨스티어는 이른바 ‘갱스터 래퍼’를 콘셉트로 한국 힙합을 풍자하는 유튜브 콘텐츠다.

‘AK47’의 가사만 보면 마치 맨스티어가 총격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자란 듯하다. “AK47 맞고 사망한 외할머니, 그 말대로 악 소리 47번 외치셨지” 등의 가사가 이어진다. 맨스티어는 갱스터처럼 잔혹한 가사로 난폭한 곡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에서 중산층으로 살아왔으면서 갱스터라고 자칭하는 래퍼들을 흉내내는 영상을 제작해왔다.

2년 전부터 활동해 오던 맨스티어가 ‘AK47’로 대중의 지지를 얻고 존재감이 커지면서 래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른바 ‘디스전(戰)’이 시작된 것이다. 디스전이란 상대를 비판하는 ‘디스곡’으로 싸우는 힙합 특유의 문화다. 유명 래퍼 ‘pH-1’은 지난 5일 디스곡 ‘BEAUTIFUL’을 내고 “지켜줘, 문화에 대한 존중, 그 선을 넘으면 그땐 머리에 조준”이라고 공격했다. 맨스티어는 이튿날 디스곡 ‘hp-1’을 통해 “군대도 안 간 니가 어떻게 해 조준”이라고 반격했다. 이후 유명 래퍼들이 줄줄이 ‘참전’하며 맨스티어 디스전은 확산됐다.

코미디언 최제우·전경민이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힙합 듀오 ‘맨스티어’는 갱스터 래퍼를 콘셉트로 한국 힙합을 풍자한다. 유튜브 ‘뷰티풀 너드’ 캡처


코미디언 최제우·전경민의 힙합 듀오 ‘맨스티어’는 저신장 장애인에 대한 혐오발언을 코미디 소재로 사용한다. 유튜브 ‘뷰티풀 너드’ 캡처


맨스티어에 적대적인 래퍼들과 리스너들은 이들의 풍자가 ‘선을 넘었다’고 비판한다. 일부 래퍼의 문제를 전체 힙합씬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한다는 것이다. 케이셉·포이즌은 한국 힙합씬에서 벌어진 마약, 성범죄, 병역기피, 난투극(현피),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재현해 풍자하는 캐릭터다.

맨스티어의 인기가 높은 것은 대중이 한국 힙합씬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례와 범죄를 힙합의 멋으로 포장하던 일부 래퍼들도 싸늘한 시선을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래퍼들의 디스곡은 단순히 맨스티어를 겨냥하기보다 한국 힙합에 대한 성찰과 소망을 담았다. “성숙한 우리 문화, 리스너도 포함, 보여주자 우리만의 8마일 영화.”(스카이민혁 ‘촛불’) “딱 이 사건 만큼이 이 장르 최대의 관심 정도, 역사를 봐도 팔짱끼는 장르는 항상 저물어.”(원슈타인 ‘말처럼’)

맨스티어가 풍자를 핑계 삼아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혐오’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최근 맨스티어 유튜브 영상에선 케이셉이 저신장 장애인에게 ‘어린이용 도시락을 시킬까’라며 조롱하는 장면, 포이즌이 여성에게 ‘푸바오와 같은 ○씨’라고 성희롱하는 장면이 나왔다. 비록 연출된 장면이지만 대중에게 소수자 혐오가 대수롭지 않은 웃음거리로 소비될 위험이 크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맨스티어에 열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성·장애인 공격이 아무렇지 않게 오락거리로 통용되고 ‘패러디인데 왜 진지하냐’라고 반응이 나온다”며 “한국 힙합의 모순을 지적하는 의미가 있지만 단순한 재미로 소비하면 사회적 약자들은 계속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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