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5월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와 인도의 모습. 이준헌 기자


경찰이 금지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통령실 인근 행진 시위에 대해 법원이 14일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집회·시위 법 조항을 근거로 한 경찰의 대통령실 앞 집회 제한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허용 결정을 내자 경찰이 다른 법률 조항을 들어 제한에 나섰지만 법원이 이 역시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경찰이 법 조항을 무리하게 해석해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제한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제한통고)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며 “처분의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대책위는 이날 오후 8시 서울역 12번 출구에서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전세사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행진을 진행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제한통고를 받았다.

경찰이 제한 근거로 든 법률 조항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8조와 12조였다. 해당 조항들은 각각 군사시설 주변 지역의 집회로 군 작전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와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이 필요할 때 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책위가 신고한 행진 경로와 집회 장소가 해당 법률이 규정한 ‘주요 도로’라서 심각한 교통 불편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국방부 등 군사시설 주변이라서 대통령실 앞에 이르기 전까지만 행진해야 한다고 통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까지의 행진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책위가 신고한 행진 경로를 보면, 서울역에서부터 삼각지역 인근까지 1개 차로를 이용하고 이후부터 용산 전쟁기념관까지는 주요 도로가 아닌 인도를 사용해 행진하겠다고 했다. 전쟁기념관은 대통령실에서 길 건너 맞은 편에 있다. 이에 대책위 측은 “경찰의 집회 제한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집시법 조항 적용은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경찰은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리는 집회·시위에 대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1조를 근거로 제한통고를 해왔다. 이 조항은 대통령 관저 인근 옥외집회를 금지했다. 대통령실을 관저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잇따라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다’라고 결정하고 대법원이 지난 4월 이에 대한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이런 법 해석은 무리한 것으로 판명됐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경찰이) 금지통고로 법원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행진 시간이나 경로에 제한을 거는 식으로 경향이 바뀌었다”며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서는 집회든 행진이든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을 계속 관철시키기 위해 (구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경찰의 제한·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계속 법원으로 가다 보니 경찰 입장에선 법원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조건들을 달기 시작한 것 같다”며 “결국 법원이 집회의 시간이나 장소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고, 이는 집회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480 윤 지지율 21% 최저치…“대통령 부부 방탄·거부권 남발 탓” 랭크뉴스 2024.05.31
19479 "화웨이, 삼성 제치고 1분기 세계 폴더블폰 판매 1위" 랭크뉴스 2024.05.31
19478 정부 “북, 도발 멈추지 않으면 감내 힘든 조치할 것” 랭크뉴스 2024.05.31
19477 '장남 vs 막내딸' 9년 다툼에 콩가루 아워홈…판 흔든 건 '변심한 장녀' 랭크뉴스 2024.05.31
19476 수술대 오른 종부세…상속세 인하도 추진 랭크뉴스 2024.05.31
19475 ‘SG발 주가폭락 사태’ 연루 의혹 김익래·임창정 불기소 랭크뉴스 2024.05.31
19474 모자 벗고 화사해진 민희진…또 화제 모은 '가디건' 회견룩 가격은 랭크뉴스 2024.05.31
19473 “군인 50인분 백반 준비했더니”…‘군인 사칭’ 사기 주의보 랭크뉴스 2024.05.31
19472 “北, 계속 위성발사할 것…대응력 강화해야” 랭크뉴스 2024.05.31
19471 "자고 일어났더니 숨져 있었다" 전 남친이 경찰에 신고 랭크뉴스 2024.05.31
19470 '윤아' 저지한 경호원 또 '이상행동'…칸영화제 1.5억 피소 랭크뉴스 2024.05.31
19469 ‘인종차별 논란’ 그 경호원… 칸 영화제, 1.5억 피소 랭크뉴스 2024.05.31
19468 디지털 전환이 의료정책 바꾼다…“의사 말에 로봇이 수술하는 시대 대비해야” 랭크뉴스 2024.05.31
19467 “10분 동안 펑펑”… “비행기 사고 난 줄 알았다” 랭크뉴스 2024.05.31
19466 대통령실 첫 입장 "채상병 사망 이후, 대통령 두 번 관여했다" 랭크뉴스 2024.05.31
19465 한미일 등 10개국·EU “북·러 무기거래 규제해야” 랭크뉴스 2024.05.31
19464 판사 "1억 아끼려 부실제방?"…'오송참사' 책임자 법정최고형 랭크뉴스 2024.05.31
19463 김흥국 만난 한동훈 "난 할 말 하고 싸울 줄 아는 사람" 랭크뉴스 2024.05.31
19462 “유죄입니다” 판결에 트럼프 첫 반응은?…5달 남은 대선 판세 변할까 랭크뉴스 2024.05.31
19461 김수미 활동 잠정 중단…"피로 누적, 휴식 필요" 대학병원 입원 랭크뉴스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