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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감사 과정 각종 위법행위
국가의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 인정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감사원 감사관들이 공기업 감사에서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사 절차를 지키지 않은 의혹이 인정되어, 조사를 받은 피감기관 직원이 국가로부터 정신적 피해보상(위자료)을 받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황지원 판사는 한국조폐공사(준시장형 공기업) 직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사관들의 과실, 위법한 직무집행의 정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위자료는 300만 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조폐공사가 150억 원 규모의 전자여권 제조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결격 사유가 있는 업체를 낙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조폐공사의 계약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1년 후 조사 내용을 토대로 업무 담당자인 A씨 등에 대한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A씨는 "감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반발했다.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 재택근무를 하던 A씨는 사무실 컴퓨터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 참관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감사원의 '디지털 자료 수집·관리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문답조사 땐 '감사 내용 유출 우려'를 이유로 사선 변호사 입회를 거절당하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 받았다고도 했다.

재판에서 감사원은 "압수 동의는 A씨 상관을 통해 현장에서 받았으며, 다음날 A씨도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맞섰다. 변호인 조력권은 형사절차에 적용될 뿐 감사원 조사에까지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신 다른 조폐공사 직원이나 법무팀 변호사가 참석하는 것은 허용했다고 반박했다. 감사관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압수물 획득 자체는 적법했을지언정, 선별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감사관들은 A씨에게 선별∙수집 절차에 대한 참여권은 보장하지 않은 채 구매계약과 관련 없는 자료까지 복제본으로 보유했다"면서 "감사관들의 위법한 수집으로 A씨의 사생활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변호인 조력권에 대해서는 "문답조사는 형사소추를 위한 수사의 성질을 함께 갖고 있으므로, 형사절차에 준하는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감사원 주장을 물리쳤다. 감사관들이 주먹으로 키보드를 내리치거나 큰 소리로 답변을 추궁하고 반말을 사용하는 등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도 실제 있었다고 봤다.

한편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A씨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관련 규정 및 절차에 의거해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고 공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해 1월 대상자들을 불입건 결정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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