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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폐업 때 ‘판매사원 고용승계’ 깨져
2017~2023년 부당노동행위 판결 건수 1위
대리점 대표 “대리점 폐업된다” 노조탈퇴 종용
원청 수사는 ‘무혐의’…“압수수색만 했었어도”
전국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해고노동자들이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에서 선전전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현대자동차 차장 장석관 010-××××–××××’

24년7개월 동안 현대자동차 특수고용직 판매영업사원(카마스터)으로 일했던 장석관(57·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지회 사무장)씨는 지난해 말 일하던 대리점이 폐업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올해부터는 영업할 일도 없었지만 장씨는 현대차 사진과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가 적힌 영업용 새해 달력을 1천부 넘게 찍어 고객들에게 돌렸다. “그만둔다고 고객들에게 인사도 안 하는 건 그렇잖아요. 해 바뀔 때마다 달력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그는 정든 고객들에게 ‘왜 그만두는지’도 속 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판매연대지회 농성장에서 만난 장씨는 “대리점이 폐업하게 됐는데 상황이 이만저만해서 그만두게 됐다고 했어요. 고객한테 노조 활동 때문이라고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유노조’ 대리점 출신은 비조합원도 채용 거부”

13일 판매연대지회와 한겨레가 취재한 복수의 전 대리점 대표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대리점 대표가 65살이 되면 대리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장씨가 일했던 서울의 한 대리점 폐업도 대표의 나이 때문이었다. 폐업한 대리점에서 일했던 카마스터는 인근에 새로 연 대리점에서 일하는 것 역시 관행이었다. 그러나 노조 활동으로 인해 그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판매연대지회의 주장이다.

김선영 판매연대지회장은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이 폐업하면 그곳 출신 카마스터들이 조합원·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현대차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청인 현대차가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3년 전 일하던 대리점이 폐업하면서 실직한 판매연대지회 조합원 김영수씨도 다른 현대차 대리점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일하지 못했다. 그는 “대리점 대표 입장에서는 새로 직원을 뽑는 것보다 경력직을 뽑는 것이 이득인데도, ‘유노조’ 대리점 출신이면 거부되고 ‘무노조’ 대리점 출신만 다른 대리점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카마스터들 사이 ‘갈등’이 심각해졌다. 대리점에서 일했던 15명 가운데 혼자만 조합원이었던 장씨도 고초를 겪었다. 장씨는 “대표의 정년이 가까워지니까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한 비조합원들이 나에게 노조에서 탈퇴하라고 압박했다”며 “탈퇴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쓰레기 새끼 하나 때문에 다 잘못되게 생겼다’고 모욕했다”고 말했다. 폐업 때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또는 되지 못할까봐, 조합원들은 노조를 탈퇴하고 있다. 2015년 설립돼 2018년 700명을 넘겼던 조합원 수는 현재 12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대리점 대표의 인사·노무 관련 사항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고용승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업 대리점 대표들의 얘기는 다르다. 전 현대차 대리점 대표 ㄱ씨는 “최근 현대차가 노조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들과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고, 그곳에서 일했던 카마스터들도 현대차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폐업 대리점 대표 ㄴ씨도 “유노조 대리점 출신이면 현대차에 발을 못 딛고 있다.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채용이 안 됐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 1위’ 현대차·기아

한겨레가 2017~2023년 1심 법원에서 선고된 부당노동행위 형사판결문 168건을 분석하니, 현대차·기아 대리점에서 발생한 판매연대지회 대상 부당노동행위가 14건(8.3%)으로, 단일 노조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대부분 ‘원청의 불이익’을 언급한 노조탈퇴 종용이었다.

판결문을 보면, 판매연대지회 설립 초기인 2015년 9월 경기지역의 한 대리점 대표는 “본사(현대차)에서도 (조합원을) 다 전원 색출해 갖고 조치를 하려고 계획하는 거 같은데, 가입된 사람은 탈퇴하라”고 했고, 2016년 4월 인천의 대리점 대표도 “노조 가입 여부를 현대차에 보고해야 하고 심할 경우 대리점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2016년 7월 대구의 대리점 대표는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기아의 집중관리 대상이 된다. 기아가 대리점을 감사하고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경기 지역의 대리점 대표 역시 “지금 회사(기아)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면 기아에 위해가 되니까, 그렇게 하기 전에 대리점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는 “개별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의 판매연대지회 가입 여부 자체를 알지 못하며, 카마스터의 노조 가입 여부는 대리점과의 재계약 또는 폐업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대리점 대표가) 어떤 연유로 그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현대차 대리점 대표 ㄴ씨는 “본사가 유노조 대리점 대표들을 계속 압박했고 감사도 많이 나왔다”고 했다.

“압수수색 한번만 했었어도”

‘유노조’ 하청업체에 대한 폐업과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불가 등은 2018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밝혀진 삼성의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 와해’ 사건과 꼭 닮아 있다. 판매연대지회는 현대차·기아의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를 의심해 검찰에 고소했지만, 이렇다 할 수사 없이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는 부당노동행위 주장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밝힌다.

김선영 지회장은 “지금까지 고소를 수십건 했지만, 노동부와 검찰은 조합원들이 어렵게 증거를 모아 낸 것만 확인할 뿐 적극적으로 나서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압수수색이라도 제대로 한번 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노사법치주의’를 말하지만 노조를 탄압할 때만 사용되고, 노동3권을 빼앗고 노동자를 길바닥으로 내모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부당노동행위는 눈을 감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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