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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3년 부당노동행위 1심 판결 168건 전수조사
신고 5468건 중 8건 실형…“강제수사·법원 엄벌 필요”
2022년 8월4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서 에스피씨(SPC)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 하며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법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단 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동안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로 신고된 건수가 5468건에 이르러 0.1%만 실형 선고가 이뤄지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예방’을 위해선 적극적인 수사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동안 선고된 부당노동행위 혐의 1심 판결 168건(정식기소 93건, 약식기소 뒤 정식재판 75건)을 전수조사했다. 13일 그 내용을 보면, 전체 168건 가운데 피고인이 여러명이면 가장 높은 형량을 기준으로, 벌금형 113건, 징역형 41건, 무죄 14건으로 나타났다. 정식기소 93건으로 좁혀 보면, 징역형은 41건으로 전체의 44.1%였고, 집행유예를 제외한 실형은 8건으로 정식기소 사건의 8.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 선고 8건의 평균 형량은 1년3개월, 집행유예 33건의 평균 형량은 징역 9.8개월에 집행유예 23.6개월, 벌금형은 평균 358만원(정식기소는 525만원)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으로 보이지만, 징역형이 선고된 41건 가운데 21건은 형량이 높은 다른 범죄 혐의도 기소돼 형량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부당노동행위는 특별사법경찰관인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거나 검찰이 직접 수사해 재판에 넘겨진다. 2017~2023년 노동부가 고소·고발, 진정, 범죄 인지 등으로 접수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5468건에 달하지만, 노동부가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861건(15.8%)에 불과했다. 검찰이 정식기소한 사건은 93건에 그쳤고, 단 8건만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동위원회도 노동자·노동조합의 구제신청을 받아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정하는데, 2017~2023년 동안 노동위원회가 처리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6810건, 판정을 거쳐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사건은 780건이었다. 노동자·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주장하는 사건 가운데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용자들을 살펴보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통해 복수노조를 활용한 노조 파괴가 이뤄졌던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무노조 전략’을 바탕으로 노조 와해가 이뤄진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에버랜드, 괴롭힘으로 노조 분회장이 퇴직하고 뇌출혈로 숨진 경북 봉화의 생활폐기물 수거업체,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임금을 덜 지급한 제주 ㅎ호텔(항소심에서 집행유예) 등이 있다. 노조 파괴 공범으로 기소된 창조컨설팅 노무사,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고(배임수재) 노조활동을 무마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지회장 등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들은 노동부·검찰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수사했다기보다는 결정적 증거들이 우연한 계기로 확보되면서 ‘엄벌’에 이르게 됐다. 창조컨설팅 관련 사건은 ‘노조파괴 컨설팅’ 문건이 국회를 통해 공개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에버랜드 사건은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하던 도중 ‘노조와해 문건’을 대거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노동부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노동부로 신고된 사건에 비해 기소되는 사건이 적은 이유는 수사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라며 “부당노동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해야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정 금속노조법률원장도 “부당노동행위는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을 직접 침해하고 노동자들에게 집단적인 피해를 불러오는 중대한 범죄인데도 법정형 상한이 징역 2년에 그치고 있다”며 “사용자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도 벌금형에 그친다고 인식하고 있어, 형사처벌의 예방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법정형 상한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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