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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 임박
김범석 쿠팡 의장은 동일인 지정 제외 유력
‘동일인=사실상 지배력’인데 김 의장만 예외?... 봐주기 논란
공정위, 사익편취 가능성 없어 제외... 봐주기 아냐

공정거래위원회가 곧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미국 국적인 쿠팡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동일인은 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총수를 기준점으로 기업 집단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므로 김 의장을 지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한다.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 제공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제도 도입 후 38년 동안 흔히 재벌 총수로 불리는 자연인이 대부분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 기준 82개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중 자연인은 72명, 법인은 10개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뒤 3년간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 통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 탓이다. 이에 공정위는 두 부처와 협의해 내·외국인에 모두 적용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내용을 담아 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 판단의 기준을 마련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외국 국적의 동일인이나, 재벌 2·3세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등으로 불분명했던 대기업집단 동일인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올해도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이 유력하다.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국내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수 있게 해서다.

공정위는 이번에 ▲동일인이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기업집단 범위가 같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는 경우에는 총수 개인의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게 했다.

김 의장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인 쿠팡Inc를 제외한 계열사 지분이 없다.

일각에서는 쿠팡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예외조항을 마련한 것 자체가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인 지정 제도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근본적인 개선이 아닌 땜질 처방은 특혜를 준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초 동일인 지정제도는 1986년 공정거래법 1차 개정 시에 재벌 등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금지 등 규제가 최초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제도다. 대규모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할 때 기준점을 정할 필요가 있어 동일인 지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때 법에서 동일인 개념을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당해 대규모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분율뿐만 아니라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동일인을 판단하는 중대한 평가 요소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대부분 기업 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총수가 없는 경우였다.

일례로 에쓰오일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최대주주이고,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아 동일인을 법인인 에쓰오일로 설정한 것이다. 포스코나 KT와 같이 오너가 없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 총수 개인인 김 의장이 기업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제외가 특혜이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주된 이유다.

김 의장은 쿠팡이란 거대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본인이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관련된 출자·자금거래 자료 등을 제출할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번 예외조항 탓에 기업집단 사익편취 규제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는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총수와 특수관계인의 차명거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동일인 지정제도는 당초 재벌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기업집단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총수를 기준점으로 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기 때문에 김 의장을 총수 지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제도의 존재 이유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과거처럼 재벌회장 한 명이 기업집단 전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하고 있고, 이에 맞춰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를 재개정해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예외조항을 둬서 특정 기업만 동일인 지정에서 피하게 하는 것은 특혜”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도입 38년이 된 동일인 제도를 땜질 처방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한상공회의서는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단지 기업의 규모를 이유로 제재하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상속 등에 따른 오너 지분율 희석, 가족에 대한 관념 변화, 친족관계와 무관한 지배구조의 등장 등으로 동일인의 지배력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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