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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왼쪽)이 2018년 9월19일 모스크바 외곽의 애국자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집권 5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주역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69)을 깜짝 경질했다. 후임자로는 경제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를 지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한 국방 예산을 철저히 관리해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군부 엘리트의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타스통신과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쇼이구 국방장관을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후임 국방장관으로 벨로우소프 경제부총리를 내정했다. 벨로우소프 내정자는 향후 상원 승인을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내정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 집권 5기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각료들의 일괄 사표를 받은 뒤 개각을 진행 중이다. 푸틴 대통령의 개각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쇼이구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2012년부터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했다. 군 경험이 부족한 데도 국방장관으로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충성심 덕분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반란 사태를 겪은 후에도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쇼이구 장관을 경질하지 않았다.

후임자인 벨로우소프 내정자는 경제관료 출신이다. 2012년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냈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다. 2020년부터는 제1부총리로 일해왔다. 2017년에는 푸틴 대통령에게 디지털 경제와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러시아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드론 프로그램을 관리해왔다. 젊은 시절 가라테와 삼보(러시아 격투기)를 배웠으며 군 복무 경험은 없다.

푸틴 대통령이 군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에게 국방부 수장을 맡긴 것은 전쟁 비용이 늘어나면서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벨로우소프 내정자 인선 배경과 관련해 올해는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7%로 늘어나 냉전 시기인 1980년대 중반(GDP 대비 7.4%)에 육박했다면서 국방부를 운영할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혁신에 열려 있는 사람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러시아가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규율과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인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로이터통신에 “푸틴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러시아 경제의 월등한 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서서히 압박해 이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국방장관은 이제 금융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하고, 벨로우소프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쇼이구 전 장관의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것도 푸틴 대통령이 경질 결심을 굳힌 배경으로 꼽힌다.

쇼이구 전 장관 경질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군부 엘리트들이 보여준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 2위 군사대국이라는 자부심에 금이 갔다. 반면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원 마이클 코프만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쇼이구 장관 경질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경제 엘리트들이 군부 엘리트들의 성과를 압도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현재 직책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면서 “국방장관 교체에 따른 군사적 측면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과거에는 국방장관과 총참모장이 함께 교체됐다”면서 “페스코프는 게라시모프가 유임될 것이라고 하지만, 벨로우소프는 자기 사람을 총참모장에 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쇼이구 전 장관은 명목상 국방장관보다 상위 직책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이동해 체면은 유지했지만, 권력 핵심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선임 연구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AP통신에 국가안보회의는 푸틴 대통령의 주요 측근 중 “내보낼 수는 없지만 딱히 줄 자리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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