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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사태 ‘기후적응 대표과제’로 꼽았지만
녹색연합 “석굴암 위쪽 경사면 토양침식 계속
장마 전 산사태 초기 징후 잡는 응급조처해야”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 석굴암 휴게소 옆 산사태 현장. 지난 8일 녹색연합이 드론으로 촬영했다.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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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토함산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석굴암이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증가하는 데 따른 산사태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3일 이런 내용의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 산사태 위험 실태 보고서’를 공개하고 관계 당국에 올해 장마와 태풍이 오기 전 방재 대책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경주시 하동·마동·진현동·외동읍·문무대왕면 등 토함산 지구에는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무대왕면 범곡리 산 286 산사태 현장을 비롯해 모두 24곳의 산사태 발생 현장이 방치돼 주변 지역에 추가 피해가 우려가 큰 상태다. 규모가 가장 큰 범곡리 산 286일대는 약 2000평 규모의 토석이 쓸려나갔다. 녹색연합은 “산사태 현장에서 계곡을 따라 1.2㎞ 아래에 주택과 농경지가 있다”며 위험성을 우려했다.

녹색연합은 아울러 석굴암 인근도 ‘시한폭탄’ 같은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석굴암 위쪽에 산사태가 2개소 발생해 현재도 진행형이어서 큰비가 내리거나 지진 등으로 지반이 흔들리면 심각한 산사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단체는 현장 조사에서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경사면에서 토양 침식이 계속 발생하는 것을 확인한 것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며, “석굴암과 일직선에 놓여 있는 계곡부의 산사태 초기 징후를 잡아 커지지 않도록 하는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국사를 위협하는 징후도 발견됐다. 불국사 위쪽, 석굴암과 불국사 사이에 있는 경주시 진형동 산 7번지 일대에서 침식이 진행돼, 큰비가 오면 불국사 경내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토사가 쓸려 내려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범곡리 산 286 일대가 산사태로 흙이 무너져 있다. 녹색연합 제공

산사태 전문 산림기술사인 정규원 전 산림기술연구원장은 “토함산은 경사가 심하기도 하지만 자연림보다 산사태에 취약한 인공림이 많은데 국립공원으로 묶여 인공림을 간벌(솎아 베기) 하지 않아 (크고 작은 나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비가 떨어지면 바로 땅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급속도로 무거워진 땅이 그대로 흘러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연구원장은 “석굴암과 관광객이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 위쪽에는 큰 돌들이 많아 지반이 약해져 굴러내릴 경우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사태 피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산림청이 집계한 최근 10년간의 산사태 발생 추이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반 5년 동안에는 전국 산사태 피해 면적이 100㏊를 넘긴 해가 한 해도 없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5년 동안을 보면 2019년 156㏊, 2020년 1343㏊, 2021년 27㏊, 2022년 327㏊, 2023년 459㏊를 기록해, 2021년을 빼고는 모두 100㏊를 넘겼다.


이에 따라 산사태 대비는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확정한 ‘제3차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년)’에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해 대응 강화’를 8개 국민 체감형 대표 과제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이행은 미흡하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평가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사태 조사는 사유림이나 시나 군 등의 공유림은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국유림은 산림청이 하는데, 자연공원법이 배타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유림과 국공유림이 섞여 있는 국립공원 안에 발생하는 산사태는 따로 집계조차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환경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국 국립공원 지역 안에 산사태 위험이 있는 지역을 꾸준히 조사하고 있는데 경주국립공원 사무소 조사에서 좀 누락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지금 그 부분에 즉각적인 복구가 필요한지 확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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