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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명’ 제시한 유일한 회의에서
찬반 대립했지만 조정과정 안 거쳐
장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독촉
시민단체 “부실논의, 의료계 빌미줘”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가 주최한 ‘의대 증원 과학성 검증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부답변 검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의대 증원 2천명’을 처음 언급한 정부 자료가 공개된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위해 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부실하게 진행해 의료계의 반박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의료계를 대리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소송을 맡은 이병철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천명 증원’을 직접 제시한 회의는 올해 2월6일 열린 보정심 회의가 유일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상 주요 보건의료제도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 정부위원 7명 외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 공급자 대표 6명, 환자단체연합회 등 의료 수요자 대표 6명, 전문가 5명 등이 참여한다. 법정 회의체여서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남겨야만 해 다른 회의와 달리 정부 제출 자료 가운데 포함됐다.

문제는 보정심의 지위에 비해 회의 내용은 부실했다는 점이다. 공개된 안건과 회의록을 보면, 1시간가량 열린 회의에서 각자 의견만을 밝히고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은 없었다. 위원 일부는 “굉장히 충격”, “내년부터 2천명 교육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등 반대를, 또 다른 쪽에선 “오히려 (증원이) 늦었다” 등 찬성을 표하는 수준에 그쳤다. 회의 말미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독촉한 뒤 23명 참석 위원 가운데 19명의 찬성으로 2천명 증원을 결정했다.

보정심은 복지부가 의료계와 증원 논의가 틀어지자 정부 주도로 열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일대일로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증원을 논의하다, 같은 해 8월 보정심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첫 회의였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불신과 대립 속에서 보건의료의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현안협의체가 아닌 보정심에서 가져와 논의할 뜻을 밝힌 셈이다. 이후 회의는 지난해 11월, 올해 2월 두차례에 불과했다. 또 보정심 산하에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뒀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10월 한차례만 이뤄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민간위원은 “지난해엔 주로 의사 수를 늘리되 직역 간 칸막이에 대한 얘기를 했다”며 “(전문위에서) 걸러진 측면도 있겠지만 2월 회의에서 숫자에 대한 더 면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계속 언론 보도가 돼 충분히 2천명 가까이 큰 숫자로 증원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사전 단계에서 충분히 관련 자료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보정심의 부실한 논의로 의료계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200명 늘린다고 했어도 의사단체들은 반대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사회적 논의로 더 빨리 전환했다면,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은 조금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펼치려면 장기 전망을 세워 설득하는 절차와 논의가 필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 기구를 이렇게 활용하는 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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